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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과학을읽다]'09 12152205 251521'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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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는 통신문의 내용을 제3자가 판독할 수 없는 글자·숫자·부호 등으로 변경시킨 것입니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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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09 12152205 251521'은 무슨 뜻일까요? 눈치 빠른 분은 이미 짐작하셨을 겁니다. 알파벳 순서를 숫자로 표기한 '암호(暗號·cryptograph)'입니다.

암호는 통신문의 내용을 제3자가 판독할 수 없는 글자·숫자·부호 등으로 변경시킨 것입니다. 암호(cryptograph)란 용어의 어원은 그리스어의 '크립토스(Cryptos)'로 비밀이란 뜻입니다. 평문을 해독 불가능한 형태로 변형하거나 암호화된 통신문을 원래의 해독 가능한 상태로 변환하기 위한 모든 수학적인 원리, 방법 등을 취급하는 기술이나 과학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기도 합니다.

암호는 작성방식에 따라 문자암호(文字暗號·cipher)와 어구암호(語句暗號·code)로 구분됩니다. 문자암호는 전자(轉字) 방식과 환자(換字) 방식으로 나뉘고, 사용기구에 따라서 기계암호·서식암호·스트립식 암호 등 다양하게 분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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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주 미중앙정보국(CAI) 본부에 있는 조각상 '크립토스'. 4부분으로 이뤄진 암호문 중 1개는 아직 해독되지 않고 있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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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방식은 문장 안의 글자 순서를 서로 바꿔 암호화 하는 방식인데 '과학을 읽다'를 '을학과 다읽' 처럼 변형하는 것입니다. 환자방식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전혀 새로운 글자나 숫자, 기호 등으로 바꾸는 방식입니다. 군사정권 시절 TV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간첩(?)들의 라디오 등을 통한 난수표 송수신 등이 대표적인 환자방식입니다.

'09 12152205 251521' 이란 숫자가 대표적입니다. 09는 알파벳 A부터 숫자를 대입해 아홉 번째라는 뜻인데 이를 모두 풀어보면 'I Love You'가 됩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로마군을 지휘하면서 사용했던 방식이 이와 비슷합니다. 그의 이름을 따 '카이사르 암호', 영어식으로 '시저 암호'라고도 부르기도 합니다.

카이사르는 A~Z를 1~26에 대응한 후 무작위의 숫자를 키로 정해 읽도록 했습니다. 키가 2라면 두 자씩 밀어서 읽어야 합니다. A는 C로, B는 D로 읽는 식입니다. 그래서 'K Nqxg Aqw'는 'I Love You'가 되는 것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가장 유명했던 암호는 독일군의 '이니그마(Enigma)'입니다. 이니그마는 독일어로 수수께끼라는 뜻인데 원래 상업용으로 쓰이던 기계식 암호 타자기의 이름입니다. 이를 독일군이 회전자라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도입해 군용으로 개량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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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 소개된 독일의 암호 제조기 '이니그마'.[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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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암호는 2차대전 발발 전에도 해독이 불가능한 것으로 악명이 높았는데 전쟁 중에도 연합군은 독일의 이니그마를 해독하지 못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됩니다.

영국의 배우 베네딕트 컴버베치가 독일군의 암호 제조기 이니그마의 원리를 풀어 나가는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역을 맡아 열연했던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이 당시 상황을 실감나게 그렸습니다. 앨런 튜링의 활약으로 이니그마를 해독할 수 있게 된 연합군이 독일군을 궁지로 몰아넣지만 튜링은 수많은 죽음으로 점철된 전쟁의 아픔을 느끼면서 고뇌하게 됩니다.

이런 암호는 1970년대 이후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합니다. 정수론, 유한군론, 타원곡선, 가환대수, 대수기하, 조합이론, 그래프이론, 격자이론, 확률론, 수리논리 등 다양한 고급 수학이론들이 사용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컴퓨터의 발달로 더 복잡하고 해독이 어려운 암호가 개발돼 사용되고 있습니다.

암호는 주로 군사목적이나 외교통신 등에 사용되지만 요즘은 사업용으로, 실생활에서도 이용됩니다. 그 형태가 아이디와 패스워드라는 모습으로 바뀌기도 하면서 여전히 해독하려는 자와 지키는 자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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