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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기고]지방이 이끄는 공공서비스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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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제안했던 지방분권 헌법은 정치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담겨 있었다. 지금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직결된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외부 변수가 지방자치 선거라는 내부 현안을 압도하고 있다.

경향신문

하지만 일국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글로벌과 로컬 이슈를 슬기롭게 조화시키는 범정부 차원의 역동적 거버넌스 역량이 필수적이다.

이에 필자는 6·13 지방선거의 의미와 과제를 공공서비스 혁신의 견지에서 성찰하고자 한다. 우리 지방자치단체는 광역과 기초 모두에서 관할권의 정당성이 의문시되는 척박한 생존여건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를 촉진하는 실험실 역할을 자임해 왔다. 이는 자본주의 발전을 위해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이 사력을 다해 질주하는 현상을 연상시킨다.

중앙집권적 관료제 기풍이 강한 한국에서 지방자치는 충실한 조연의 역할을 요구받아 왔다. 하지만 엘리트 공무원 출신 단체장과 선거운동원 출신 지방의원들이 공생하던 초기의 지방자치 패턴이 완화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물론 아직은 미풍에 불과하지만 지역공동체를 누비던 활동가들이 지방자치 무대로 진출하면서 조용하지만 의미 있는 혁신 사례들을 창출하고 있다.

한국의 지방자치를 대표하는 공공서비스 혁신은 주민참여예산제도, 비정규직 생활임금제, 학교급식 지원조례, 사회적기업 우대제도, 시내버스 준공영제 등이다. 일례로 브라질의 포르투알레그리와 쿠리치바에서 시작된 주민참여예산제도와 간선급행버스체계(BRT)는 국내의 몇몇 자치단체에서 시작하였지만 중앙정부의 법제화나 재정지원이 결부되자 급속히 확산되었다.

더불어 최근의 혁신 사례로는 행정안전부가 지방공기업법 개정안을 준비 중인 노동이사제와 인사청문회를 들 수 있다. 먼저 서울특별시가 선도한 노동이사제는 지방공기업이나 지방출자·출연 기관에 직원투표로 선출한 비상임이사를 임명한다는 구상이다. 다음으로 경기도를 비롯해 광주광역시, 대전광역시 등이 시작한 인사청문회는 부단체장이나 산하기관장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개최하여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제도이다.

얼마 전 행안부 공기업정책과가 주최한 ‘지방공기업 경영체계 개선을 위한 공개토론회’에는 중앙정부 담당자를 비롯해 자치단체, 지방공기업, 지방공기업평가원, 학계, 상급노조 등의 대표자들이 참석하였다. 대체로 찬성하는 견해가 주류를 형성하였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규제 조항의 신설이 지방공기업은 물론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되었다.

만약 지방공기업으로 관련 제도가 확산되면 우선 공공기관들이 압박을 느낄 것이다. 또한 유럽 국가들처럼 사기업으로 전파될 경우 나비효과의 위력을 실감할 것이다. 물론 제도화 과정에서 부작용을 해소하는 치밀한 보완대책이 요구되지만 우리 경제사회의 적폐를 청산하는 계기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일례로 온갖 편법을 동원해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는 삼성이나 오너 일가의 갑질을 자율통제하지 못하는 대한항공에도 변화의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이처럼 지방이 주도하는 공공서비스 혁신은 우리의 전유물이 아니다. 세계 각국도 지방자치 무대에서 창의적 혁신 사례를 고안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겨울 필자는 남미 배낭여행을 전후해 영미와 유럽을 경유지로 추가했다.

동절기 항공요금을 절약하는 지혜였지만 영국 바스의 관민합동 민원실, 미국 보스턴의 공공도서관 문화특구, 스위스 취리히 공대의 자연사박물관 서비스, 독일 뮌헨의 올림픽공원을 연계한 기업홍보단지 등과 같은 로컬 거버넌스 구현 사례를 목격하기도 했다.

<김정렬 | 대구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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