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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美 비밀 문건 2] 5·18과 미국, '신군부 정권 장악' 의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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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당국은 비상계엄 확대 선포 2시간 전에 미국에 이를 통보했다. 한미 연합사 사령관이나 미국 대사는 비상계엄 선포에 뒤이어 대학 및 국회 폐쇄, 정치 지도자와 언론인 구속, 언론을 포함한 민간 분야에 대한 군의 간섭이 있으리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 광주에서 일어난 사건에 관한 미국 정부 성명서(89년 작성)


1988년 국회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80년 5월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첫 번째 진상규명 작업이 8년 만에 진행된 것입니다. 국회는 외무부를 통해 그해 11월 80년 당시 주한 미국 대사였던 글라이스틴과 한미 연합사령관이었던 위컴의 청문회 출석을 요청했습니다. 미국은 이를 거부하는 대신 이듬해 3월 서면 답변을 제출했습니다. 3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지되는 5·18에 대한 미국의 유일한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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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군 간섭 예상 못 해…'신군부 정권 장악' 파악

80년 5월 17일 한국 시간 오후 4시 반, 글라이스틴 주한 미국대사가 미국 국무부에 비밀 전문을 보냈습니다. 여기에는 미국이 5월 17일 자정 실시된 비상 계엄 전국 확대를 적어도 7시간 반 전에 알고 있었다는 사실(We were told not only that the campus raid occurred but also that "Extraordinary Martial Law" would be imposed throughout Korea including Cheju island)이 적혀 있습니다. 비상계엄 확대 선포 2시간 전에야 알았다던 88년의 설명이 사실이 아니었던 건데, 공식 기록으로는 당시 최규하 대통령에게 통보되기도 전부터 비상계엄 전국 확대를 미국이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그러면서 "신군부가 한국 정부의 정당성을 무시하고 학생은 물론 거의 모든 정치 세력들에 대한 강경 진압을 일삼고 있는데 이미 신군부로 권력 이양이 진행 중이며 대통령과 정부도 군의 결정을 신성시한다(The Korean military leadership has ignored legitimate authority in ROKG to institute a tough crackdown on student and probably the entire political spectrum. An all but formal military takeover may be in process. President and cabinet have sanctified the decision)"고 본국에 보고했습니다. 신군부의 정권 장악 의도를 초기부터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군의 간섭을 예상하지 못했다던 88년 미국의 설명도 사실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 'NODIS' 문건…"전두환 군사정권을 합헌적 정부로"

미국 비밀 문건은 형식상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NODIS'가 적힌 것과 그렇지 않은 것입니다. 비밀 해제 과정과 문건 분석을 담당한 팀 셔록 미국 탐사보도 기자는 "NODIS는 '인가받지 않은 사람에게는 배포해선 안 된다(NO DIStibution outside of approved channels)'는 기밀 문건을 뜻한다"며 "당시 지미 카터 대통령과 미국 국무부 장·차관, 주한 미국 대사 등 극소수의 사람만 열람할 수 있는 문건"이라고 말했습니다.

5·18이 끝나고 한 달 정도 지난 80년 6월 21일 미국 국무부가 주한 미국대사관에 보낸 'NODIS' 문건에는 권력을 쥔 신군부에 미국의 입장을 전달할 전략과 목표가 담겨 있습니다. 국무부는 "전두환 장군과 그의 동료들이 군사 정권의 틀을 성공적으로 확립했다면서 앞으로 군사정권이 취하고 있는 수용 불가능한 행동을 자제시키되 합헌적 정부로 전환하도록 노력한다(General Chun Doo Hwan and his colleagues have successfully established military control of the Korean government..(중략)..We must at the present stage focus our influence on moderating the regime's unacceptable behavior and moving it toward constitutional government)"고 했습니다. 비상계엄 전국 확대와 5·18을 지나면서 신군부의 권력 장악을 미국이 그대로 용인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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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두환 "신군부 정권 장악 의도는 왜곡"

전두환 씨는 비상계엄 전국 확대와 5·18 당시 군의 강경 진압이 '신군부의 정권 장악' 의도라는 지적에 꾸준히 반발해 왔습니다. 회고록에도 "80년 봄의 위기 상황을 내가 권력을 탈취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조장한 것이라는 주장과 국가적 위기가 아니었음에도 계엄을 확대하고 광주 시민을 무력으로 진압했다는 주장은 결론을 내려놓고 꿰 맞추는 사실의 왜곡과 논리적 모순"이라고 했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에서 "17일 밤 비상계엄 전국 확대로 신군부는 정권 탈취의 야욕을 노골화했고 그에 광주는 정면으로 맞섰다"며 "특별법에 따른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9월부터 가동되면 진실을 완전히 밝혀줄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진실이 가려진 채 흐른 38년, 이번 진상규명위원회 조사는 전두환 씨의 책임을 명확히 가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릅니다.

▶ [美 비밀 문건 1] 미국이 기록한 '5·18과 전두환'
▶ [美 비밀 문건 3] 5·18과 미국, 성명 발표도, 무력 사용도 신군부와 상의한 미국

[장훈경 기자 roc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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