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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김영학의 직장에서 살아남기] 업무를 카톡으로 하는 당신에게 보내는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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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

10년 전,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 급격하게 변했다. 그 중에 가장 많이 변한 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 습관이다. ‘음성’ 보다는 ‘문자’로 이야기하는 횟수가 월등히 높아졌으며, 이는 쉽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여러 채널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Call to Action에서 Push to button의 세대로 전환되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우리 생활 속 커뮤니케이션은 문자에서 자연스럽게 데이터를 사용, 비용을 줄인다는 명목 아래 카카오 톡이 대신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고, 기업에서도 고객과 대화할 때 주로 이용하는 채널로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당연히 사람들간 대화의 접근성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누구나 쉽게 보낼 수 있고, 음성 입력까지 되는 기능적 개선이 되고, 영상통화 및 메시지, 각종 이모티콘 등을 통해 과거 PC를 통해 할 수 있던 채팅 수준까지 발전했다. 당연히 XXX온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속 채팅이 결국 음성과 문자 모두를 대체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이를 업무상 주요 채널로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굳이 메일을 보내지 않아도 단순한 지시 같은 경우는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파일과 내용을 동시에 카톡으로 전송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심지어 사내 메신저를 카카오톡으로 채택하고 활용하는 일들이 점차 늘어났다.

당연히 모두가 쓰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이기에 편리함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 기업 입장에서는 여러 모로 비용 절감을 위한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별도의 ERP를 통한 사내 메신저를 구축하지 않아도 되며, 구축된 ERP의 업무 중 사용을 위한 별도 교육도 필요 없다. 심지어 카카오톡에서 제공하는 기능으로 업무를 볼 수 있을만한 충분한 기능을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다. 불필요해 보이는 비용 절감과 동시에 빠르게 소통하여 비즈니스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만 보면 장점투성이다. 기업의 크기 및 비즈니스의 목적과 관계 없이 모든 기업이 사용하기를 권장해야 한다. 그런데 왜 “우리만 사용하고 있을까?” 혹은 옆에 있는 기업은 “왜 사용하지 않을까?” 또는 엄연히 사내 ERP 그 속에 메신저가 있는데 왜 우리는 팀 커뮤니케이션을 카톡의 단체방을 통해 말할까?! 답은 간단하다. 우리 팀장님 혹은 사장님이 지시를 카톡으로 하신다.

카카오톡은 지시를 위한 조직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되어서는 안된다.

첫 번째, 보안상의 문제가 발생 할 수 있다. 회사는 각자의 대외비적 성격의 업무상 비밀 등을 서로 공유하면서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통해 목적을 달성한다. 당연히 대화의 내용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이를 모두가 사용하는 채널을 통해 이야기하면, 당연히 보안상 문제가 발생되기 쉽다. 그 문제의 책임을 단순히 그 사람에게 묻기 어렵다. 그걸 시작한 것은 우리 조직의 리더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두 번째, 카카오톡은 업무상 필요한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철저한 사적 채널로서 해당 회사에 입사하기 전부터 모두가 쓰고 있는 채널이다. 당연히 ‘공식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다운로드 하지 않았다. 그런데 입사한 회사에서 윗사람이 카톡으로 온갖 지시를 해오면, 이를 받아들이는 직원은 과연 어떤 느낌 일까?! 심지어 온갖 귀여운 이모티콘을 써가면서 업무상 지시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그것이 업무로서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마도 모두들 헷갈려 할 것이며, 특히 업무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신입이라면 더욱 그렇게 느낄 것이다.

세 번째, 손쉬운 지시와 명령을 위해 악용될 소지가 많다. 이른바 퇴근 이후에 업무지시 등을 카톡으로 하는 것이다.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전혀 ‘퇴근’한 것 같지 않다. 회사 일을 마치고 퇴근을 했는데, 사장님이 다시 카톡으로 내일 하게 될 업무 지시를 하면… 이는 받아 본 사람만이 안다. 이는 엄청난 스트레스다. 마치 주말에 등산 일정을 잡아서 주 6~7일 근무하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과 같다. 누가 이런 경험을 좋아할 수 있을까 싶다.

네 번째, 비용절감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업무를 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을 쏟는다. 특히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며, 조직 속 사장을 포함한 전체 직원이 바라는 상태로 이끌기 위함이다. 끊임없이 문서, 메일, 전화, 문자 등을 활용하여 대화하는데, 여기에 ‘카톡’까지 끼어들면 그저 목적 중심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에 Noise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 공식적 채널 이외에 카톡으로 비공식 채널까지 만들어 시도 때도 없이 업무와 관계된 대화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그것도 원칙과 규정 없이 말이다. 과연 그런 회사가 잘 될 수 있을까? 혹은 체계적으로 업무를 해서 제대로 된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섯 째, 메시지는 결코 일방적으로 ‘전달’이 목적 그 자체가 아니다.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으로 적절한 타이밍과 형식 그리고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전달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대화’가 되고,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이 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장님과 팀장님은 자신이 편한 시간에 가장 편한 채널을 활용하여 무차별적으로 메시지를 날린다. 직원들이 얼마나 불편해할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빠르게 메시지를 전달해야만, 그들을 조종할 수 있다고 믿는다.

결국, 카카오톡이 문제가 아니다. 결국, 이를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무원칙, 마구잡이 식으로 활용하는 리더의 책임이다. 자기 중심적인 업무 스타일은 어디서든 환영 받지 못한다. 직원에게 동의를 구했는지, 구했다면 이를 운용하기 위한 나름의 원칙은 세웠는지 말이다. 아직도 한낱 메신저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은 리더의 자격이 없다. 지금 하는 비즈니스가 결국 자기 편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 위와 같은 조직 그 속의 리더가 얼마나 존경을 받고, 그들이 온전히 성과를 만들어 오랫동안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지금 카카오톡으로 업무 지시를 받고 있다면, 당장 바꿔야 한다. 공식적 채널은 공식적 채널답게 제대로 된 업무상 커뮤니케이션 규칙 하에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 메일 및 전용 메신저를 통해서 정해진 시간에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자체적으로 구축할 메신저가 없다고?! 찾아보면 생각보다 많은 업무상 무료 ERP가 있다. 심지어 웬만한 기업의 ERP 보다 훌륭하다. 자신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직원들이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이를 통해 고객이 바라는 제품 및 서비스를 적정 Quality에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작은 부분’부터 시작된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적절한 투자는 바로 이렇게 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문서를 만들고 나누는 수준이 해당 기업의 ‘수준’이라고 까지 말한다.

김영학 이직스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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