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양승태 전 대법원장 ‘법원 블랙리스트’ 3차 조사 거부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재임시절 1차 조사 때만 서면 응답

조사단 “판사 인사 불이익 없었다”

사법부 ‘민낯’만 드러낸채 조사 종료

판사 동향 파악한 문건 존재는 확인

지난 1년간 사법부를 ‘블랙리스트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했던 ‘판사 뒷조사 문건’ 의혹 조사가 사실상 끝났다. “판사 동향 등을 파악한 문건의 존재를 확인했지만 인사상 불이익을 부과했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는 없었다”는 게 3차 조사를 맡은 특별조사단의 결론이다. 법원 안팎에선 전·현 사법부의 ‘민낯’만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임 ‘양승태 사법부’는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판사를 뒷조사하고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교감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부적절하게 행사했다는 비판을, 현 ‘김명수 사법부’는 실제 인사상 불이익이 있었는지 밝혀내지 못한 채 추가 조사를 강행해 내분을 키웠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번 의혹은 인권법연구회 소속인 이탄희 판사가 2017년 1차 진상조사위에서 “행정처에 판사 뒷조사 파일이 있다고 들었다”라고 진술하면서 불거졌다. 조사위는 같은 해 4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이후 취임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추가 조사 결정을 내렸다. 추가조사위는 ‘강제 개봉’ 논란 속에 행정처 PC를 뒤져 법관의 동향을 파악한 문건이 발견됐다는 2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특별조사단은 암호가 걸려 추가조사위가 열어보지 못한 암호 파일 757개 파일을 분석해 사법행정권 남용이 의심되는 34건의 문건을 추가로 찾아냈다.

3차 조사에서도 특정 법관 모임을 견제하거나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한 문건이 발견됐다. ‘국제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 문건에는 “핵심 회원에 대한 (주요 보직) 선발성 인사, 해외 연수 등에서 불이익 부과”라는 대응안이 제시됐다. 조사단은 “(대응안이) 검토, 실행까지 나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청와대와의 교감을 의심케 하는 정황도 발견됐다. 2015년 2월 작성된 문건에는 “청와대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 1심 판결(공직선거법 위반 무죄)에 대해 ‘환영, 안도’”라는 반응을 전하며 “비공식적으로 사법부에 감사 의사를 전달했다는 후문”이라고 적혀 있다.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BH(청와대)와의 효과적 협상추진 전략’ 문건에는 “파급력이 크거나 민감한 사건에서 BH와의 사전 교감을 통해 돌출 판결이 선고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 수행”이라고 적혔다. 이외에 인권법연구회 출신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하거나 재산 변동 사항 등 동향 정보가 담긴 문건도 발견됐다.

특조단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대면조사도 추진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의 거부로 무산됐다. 특조단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이 인적조사의 핵심이고 조사대상에 성역이 없다는 차원에서 조사를 추진했지만 무산됐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 시절 1차 진상조사위 조사 때는 서면 답변에 응했다.

1년 동안 세 차례나 조사를 밀어붙인 일부 강성 판사들의 행보도 도마 위에 올랐다. 법원 내에선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판사들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특별조사를 이용한 것 아니냔 지적이 나왔다. “행정처에서 판사들에게 재갈을 물리려고 한 건 사실이지만 형사책임을 묻기엔 충분치 않다”는 특조단 발표를 두곤 검찰 수사 등 외부 개입을 의식한 ‘보신성 셀프조사’란 비판도 있다. 행정처 문건에 이름이 오른 차성안 판사는 “특조단과 대법원장이 (전임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에 대해) 형사고발을 못 한다면 내가 고발하겠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