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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경제수장과 여당 원내대표 입에서 나온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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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 조절 필요성을 거론하고 나섰다. 홍 원내대표는 2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인상률을 올해(16.38%)만큼 유지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도 근로자 227만명이 최저임금 이하인데 해당 기업주는 불법을 한 것이다. 내일 당장 최저임금 1만원을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불법이 1000만명 더 생긴다"고 했다.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의 지불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최저임금 인상은 허구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는 고용·임금에 미치는 영향과 사업주의 수용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김 부총리는 그간 '판단하기 이르다'와 '일부 문제가 있다'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현 정권에 지분이 없는 김 부총리는 문재인정부 대표 경제공약을 대놓고 공박할 처지가 못 된다. 그런 그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목표를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경제 수장과 노동운동가 출신의 여당 원내대표가 속도 조절을 언급할 정도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우리 경제에 보내고 있는 시그널은 심상치 않다. 1분기 소득 하위 20% 가계의 명목소득이 역대 최대인 8% 급감했고 특히 근로소득은 13.3% 감소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근로자의 대거 실직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이 하위 계층의 실직, 그리고 계층 간 소득불평등 심화라는 역설적 결과를 불러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체감실업률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13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특히 최근 5개월은 해당 지표를 발표한 2015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고용과 분배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우연의 일치로 보기엔 공교롭고 또 현저하다. 여권은 현장의 경고를 계속 외면하다 이제야 속도 조절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시한은 다음달 28일로 꼭 한 달 남았다. 정부 여당은 최저임금 인상을 더 이상 공약 이행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홍 원내대표가 앞장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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