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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사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위한 미북대화는 지속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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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6·12 미·북정상회담 취소 발표는 예상치 못했던 일이니 충격적이다. 북한 비핵화를 끌어낼 세기의 담판으로 주목받고 있었는데 코앞에서 무산된 만큼 아쉬움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를 밝히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앞으로 쓴 서한에서 밝힌 취소 배경은 최근 북측 당국자의 발언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이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부상의 원색적 공격을 지적한 것으로 보이지만 막후 협의에서 서로 등을 돌린 공개되지 않은 속사정이 있을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초강수에 25일 곧바로 김계관 제1부상 담화를 통해 유연한 입장을 보이며 대화를 지속하자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김 위원장 위임에 따른 담화임을 분명히 못 박으면서 미국에 대한 비난을 일절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용단이라는 표현을 쓰며 시종일관 치켜세우기도 했다. 말미에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고 강조해 미·북정상회담 재개의 끈을 놓지 않았다. 비핵화 이행을 행동으로 과시하겠다는 듯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를 통한 폐쇄도 예정대로 진행했다.

북한의 고개 숙이기로 공이 다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어갔으니 미국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지휘 아래 진행해 온 실무진 물밑 접촉을 재개해야 할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미 두 차례나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만났고 막후 협의를 총괄한 만큼 그의 역할이 누구보다 막중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취소 발표 전 싱가포르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사전 협의에서 몇몇 차질이 있었다는데, 김 위원장이 회담 재개를 원한다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도 여지를 열어뒀으니 빨리 교통정리를 하고 안개를 걷어내는 것이 서로에게 이득을 줄 것으로 본다. 사소한 말싸움에 연연하지 말고 북한 비핵화에 적용할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 같은 원칙을 관철할 실질적인 논의에 진전을 이뤄내는 게 더 중요하다.

미·북정상회담 전격 취소에 가장 당황스럽고 난감한 쪽은 우리 정부다. 문재인 대통령이 워싱턴DC로 날아가 지난 22일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돌아온 지 하루도 안 돼 나온 예기치 않은 발표였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미·북 간 중재자 역할이 무색해졌고 미·북정상회담에서의 합의 후 북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 가려는 구상에도 급제동이 걸려버렸다. 차제에 냉정을 되찾고 현실에 발을 붙인 차분한 자세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순식간에 몰아닥친 해빙 기류이지만 감정적으로 들떠 지나치게 앞서가다 보면 정책 결정과 정세 판단에 희망 섞인 확대해석이 더해져 확증편향으로 흐를 수 있다.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구축은 분단 후 70여 년을 보냈으니 거쳐야 할 징검다리를 건너뛴 채 이뤄지면 쉽게 허물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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