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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가슴으로 읽는 동시] 하늘 고치는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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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고치는 할아버지

우산 할아버지 노점에 써 놓은 글씨 '하늘 고칩니다.'

비 새는 하늘 찢어진 하늘 살 부러진 하늘 말끔하게 고칩니다.

머리 위 고장 난 하늘 모두 고칩니다.

―최진(1961~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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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장마철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면 어른들이 걱정했다. "하늘에 구멍이 났나?" 이 할아버지가 써 붙인 '하늘 고칩니다'라는 문구도 이런 말에서 힌트를 얻은 것일까? 비 새고, 찢어지고, 살 부러진 우산을 '고장 난 하늘'이란다. 망가진 우산 수리는 '머리 위 고장 난 하늘'을 고치는 것이고. 참 시적(詩的)이다. 우산 수리 할아버지가 시인이다. 최진 시인은 이 할아버지에게 '하늘 고칩니다'라는 시구(詩句) 이용료를 내야겠다, 하하.

봄비가 곱게 내리는 날이면 동요 ‘우산’이 입가에 핀다.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파란 우산 깜장 우산 찢어진 우산/ 좁다란 학교 길에 우산 세 개가/ 이마를 마주 대고 걸어갑니다’. 정겨운 풍경이다. 일상에서 건져 올린 시 한 편이 비 오는 날도 기분 좋게 한다. 우산이 고장 나면 이 할아버지에게 가서 고치고 싶다.

[박두순 동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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