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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포식자 네이버]②가격비교 검색부터 간편결제까지 ‘온라인 쇼핑’ 장악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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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 갇힌 소비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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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켓 진출 안 한다”며 우회 전략 채택해 시장 진출

‘스토어팜’ 플랫폼 내세워 창업 중소 상공인 대거 흡수

자사 네이버페이·스토어팜 상품, 검색 첫 화면에 노출

독점적 검색 점유율 바탕, 중개 이익·수수료 매출 급증


거대한 단일 수종(樹種)이 점령한 숲은 짙은 그늘 때문에 생물 다양성이 취약하다. ‘거대포털’ 네이버의 독점이 두드러지는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가 그렇다. ‘공룡’ 네이버가 ‘이용자 편의성’을 앞세우며 온갖 시장에 진출한 이래 작은 규모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은 폐업·도산으로 사라졌다. 네이버 검색창에만 치면 구입하려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찾을 수 있는 현재의 방식은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다. 하지만 이 달콤한 편리함이 한국 이커머스 생태계의 다양성을 좀먹고 있다.

■ 네이버, 오픈마켓 안 한다더니

네이버가 온라인 쇼핑 시장을 점령하는 것은 머지않은 일이라는 게 이커머스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검색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로 각종 쇼핑 정보를 제공하면서 선발주자들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지난해 네이버쇼핑의 총거래액은 4조60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2014년 스토어팜을 론칭하며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든 지 불과 3년 만에 이베이코리아(약 15조원)와 11번가(약 9조원)에 이어 3위로 뛰어올랐다.

네이버쇼핑의 성장은 최근 더욱 가파르다. 지난해 4분기 월평균 거래대금은 6933억원으로 추정된다. 2800억원 수준이었던 2016년 1분기에 비해 2년 만에 2배 이상 커졌다.

쇼핑 검색이 포함된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 부문’의 매출은 네이버 전체 매출의 4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는 그동안 “오픈마켓 진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국내 검색 시장의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가 개별 온라인 쇼핑 사업자로 시장에 참여한다는 데에 불공정 논란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꾸준하게 사업 진출을 시도했으나 업계의 반대로 번번이 실패하기도 했다.

2012년 3월 공식 오픈한 ‘샵N’ 역시 독점 비판을 받으며 2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네이버가 택한 것은 ‘우회 전략’이었다. 2014년 6월 오픈한 ‘스토어팜’은 온라인 쇼핑몰 창업을 원하는 이들에게 무료 쇼핑몰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입점·판매수수료를 없애 비용 절감에 민감한 중소상공인들을 공략했다.

네이버 측은 “판매수수료를 받는 오픈마켓과는 사업구조가 다르다”며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결제대행수수료 등을 받는다는 점에서 11번가 등 다른 오픈마켓과 사업구조가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판매자(사업자·개인)는 네이버쇼핑을 통해 발생한 매출의 2%를 네이버에 내고 네이버페이로 결제 시 추가적인 수수료를 낸다. 네이버페이와 연동된 신용카드로 결제 시 3.74%, 휴대폰은 3.85%, 계좌이체 시 1.64% 등이다.

스토어팜은 기존 유통사 수수료 대비 낮은 비용과 ‘네이버’라는 브랜드가 가진 마케팅 이점으로 오픈 3년 만에 10만명이 넘는 쇼핑 사업자들을 흡수했다.

마케팅 조사기관 DMC미디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중소상공인들의 온라인 매출 중 90%가량은 네이버의 자체 인터넷 쇼핑몰인 스마트스토어(스토어팜)를 거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 중소기업 규모의 온라인 유통 사업자들 중 스토어팜에 입점하지 않은 업체를 찾기 어려울 정도”라며 “입점업체가 많아지는 만큼 사실상 오픈마켓으로서 네이버의 영향력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스토어팜은 의미 있는 창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판매수수료를 없애고, 쉽게 만들 수 있는 쇼핑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에 집중해왔다”며 “지속적으로 소상공인 사업자들을 위한 교육과 마케팅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상생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자사 제품 ‘최상단’에 배치

네이버 검색창에 ‘운동화’를 검색하면 제일 처음 화면에 노출되는 8개의 상품 중 4~5개 상품이 네이버페이로 결제 가능한 상품이다. 다른 상품 검색 시에도 비슷한 비율로 네이버페이 상품의 우선 노출 비중이 크다.

쇼핑 업계 인기 키워드 100개로 검색을 진행한 결과, 네이버 서비스 이용자의 첫 페이지를 차지하는 스토어팜 노출 비율은 PC와 모바일 모두 60%에 달한다.

네이버가 자사의 스토어팜이나 네이버결제를 이용하지 않는 경쟁사의 제품을 우선 노출에서 제외시켜 소비자의 결정적 구매로 이어지는 ‘최상단 경쟁’에서 밀어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 이커머스 사업자는 “언제부터인가 스토어팜이나 네이버페이를 이용하지 않는 판매자의 상품은 검색 첫 페이지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며 “네이버 쇼핑에 입점한 모든 온라인 쇼핑몰과 오픈마켓, 중소온라인몰은 스토어팜 입점 또는 네이버페이 이용 쇼핑몰과 동일한 조건으로 입점했음에도 차별적 우선 노출 행위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비슷한 차별적 노출을 해왔던 구글은 지난해 6월 유럽연합에서 3조원의 과징금 부과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검색 시장 90%의 점유율을 보이는 구글이 자사의 비교쇼핑 서비스인 ‘구글쇼핑’의 검색 결과를 다른 비교쇼핑 서비스보다 위쪽에 노출시켜 경쟁사로 가는 트래픽을 인위적으로 제한했다는 것이 제재의 이 유였다. 차별적 노출로 인해 구글쇼핑의 트래픽은 14배~45배 증가한 반면 경쟁사의 가격비교쇼핑서비스의 트래픽은 80~92% 급감한 것이 근거가 됐다.

네이버 측은 상품 노출은 ‘로직’에 의한 것으로, 인위적으로 스마트스토어 제품을 최상단에 배치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경쟁사의 비교사이트를 바로 볼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자사의 간편결제서비스인 네이버페이 중심으로 쇼핑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구매하기’ 대신 ‘N구매하기’ 버튼을 배치해 소비자들이 네이버페이 외의 다른 결제수단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오인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가 결제수단으로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도록 유도한 것이 공정거래법 위반인지 조사 중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경쟁사를 배제하거나 차별하는 것은 분명히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페이가 중개 역할을 하며 기존 특정 업체에 몰려 있었던 온라인 쇼핑 수요를 업계 전반으로 분산시켰다”며 “기존 이커머스 시장을 파괴하기보다 중소온라인몰로 이용자가 더 많이 몰리게 해 이커머스 시장 저변을 확대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시각은 좀 다르다. 여전히 가격비교 부분 등 쇼핑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IT 전문가인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은 “많은 소비자들이 네이버 가격비교를 경유해 목적지에 도달하고 네이버는 그 관문을 장악하고 있다”며 “네이버는 오픈마켓과는 다르게 상품을 직접 판매하지는 않지만 링크 전달만으로 투자비용 없는 중개 이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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