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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단독] 드루킹 댓글기계 ‘킹크랩’ 조상 있었다…6년 전 국정원 댓글팀도 매크로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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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국정원 댓글수사팀,

매크로 활용, 조작정황 파악

"6년 전 G매크로는 유치원 수준,

드루킹 '킹크랩'은 터미네이터"

‘드루킹’ 김동원(49ㆍ구속)씨는 지난해 대선 직전 “국정원 댓글부대 수사 결과 한나라당 댓글 기계가 있었다. 우리도 이에 맞서 선플 운동 등 조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수차례 주장했다. 최근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옥중 서신’에도 이같은 내용은 등장한다. 드루킹이 언급한 ‘조직적 대응’은 2016년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개발로 이어졌고, 김경수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 앞에서 킹크랩을 시연했다는 것이 경공모 회원들의 주장이다.

23일 중앙일보 취재 결과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조작 사건’ 특별수사팀 역시 국정원 댓글팀이 매크로(동일작업 반복기능) 프로그램을 활용한 사실을 찾아낸 것으로 밝혀졌다. 5년 전 국정원 특별수사팀에 참여했던 한 부장검사는 “국정원 외곽팀장 김모씨 등으로부터 매크로를 썼다는 진술을 들었다”며 “컴퓨터 등 압수물 가운데서도 ‘G매크로’ 사용 흔적이 발견됐고 진술조서 등에도 기록해놨다”고 말했다. 당시 국정원 특별수사팀에는 윤석열(58·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참여했다.

국정원 댓글팀이 사용했다는 G매크로는 지금 시각에서 보면 아주 단순한 장치다. 마우스 클릭, 커서 이동 등 단순한 기능을 반복하는데 사용됐다고 한다. 검찰에 따르면 6년 전인 2012년 국정원 댓글팀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친정부ㆍ반북한 성향의 트위터 게시글을 리트윗하고 이를 퍼나르는 일에 매크로를 썼다. 한 검찰 관계자는 “외곽팀장, 국정원 직원 등에게 물어보니 ‘인터넷 공간에서 매크로를 쓰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진술했다”며 “사건 전체로 놓고보면 일종의 ‘서포트’ 개념에 그쳤으나 매크로 자체는 실제로 쓰인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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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댓글팀이 사용했다는 'G매크로'. 초급 수준의 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으로 X축ㆍY축 설정을 통해 마우스가 자동으로 움직인다.




프로그래머 이두희씨는 “프로그램 수준만 놓고보면 G매크로는 일종의 유치원생, 킹크랩은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일종의 ‘댓글 터미네이터’로 볼 수 있다”며 “대용량 서버를 ‘언제나, 마음 먹은대로’ 빌릴 수 있는 아마존클라우드서비스(AWS)에 킹크랩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조작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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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이 생각한 댓글부대, 댓글기계 개념도 [출처 드루킹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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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G매크로가 개인 PC 영역에서의 반복 행위에 그쳤다면 킹크랩은 일종의 여론조작 ‘커맨드센터’ 역할을 수행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실제로 킹크랩에는 매크로뿐 아니라 네이버 아이디(ID) 자동 로그인ㆍ로그아웃 기능, 유동 아이피(IP) 변경, 네이버 쿠키값 초기화 등 댓글 작업에 필수 기능이 모두 포함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드루킹은 댓글 대신 ‘공감수’로 주요 타깃을 바꾸는 등 치밀하게 여론조작 전략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네이버가 지난해 매크로 조작방지책을 잇따라 내놓은 이후다. 김씨는 대선 직전인 지난해 4월 자신의 블로그에 “네이버의 댓글작성은 하루에 20개만 가능하다. 20개를 다 사용한 뒤에는 베스트 선플 추천과 최신순 ‘두더지잡기’를 해야 한다”며 일종의 여론조작 지침을 공개했다. 여기서 ‘두더지잡기’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불리한 댓글이 네이버 뉴스 기사 ‘베스트댓글(베댓)’으로 올라오면 비공감 버튼을 집중적으로 눌러 하단으로 끌어내리는 행위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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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웹서비스를 이용해 실제 코드를 짜는 모습. 경공모 일당도 이와 같은 작업을 거쳤다고 한다. AWS는 글로벌 1위 클라우드 업체로 하루에만 250개 넘는 각종 서비스가 업로드된다. [사진 A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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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크랩 역시 김씨가 말한대로 댓글 조작에 치중하는 대신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AWS에 접속한 뒤 킹크랩에 연결된 스마트폰으로 자동 로그인ㆍ로그아웃을 반복하면서 공감 수를 조작했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한 검찰 관계자는 “심지어 킹크랩에는 누군가에게 일목요연하게 보여줄 목적으로 작업기사 목록을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었다고 한다”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서유기 등 경공모 회원들이 킹크랩을 파괴했지만, 네이버 로그기록 등 다른 방식을 동원해서라도 증거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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