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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후기·평점 삭제 1건에 13만원…숙소앱도 리뷰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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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조작제안 게시글 등장

에어비앤비·부킹닷컴 등 유명앱

1년넘게 리뷰 수정·삭제 가능성

소비자 피해·보안문제 확대 우려


“후기, 평점 삭제까지 1건당 13만원. 리뷰 삭제 확인 후 입금”

네이버의 댓글 조작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에어비앤비 등 유명 숙소 애플리케이션에서도 이용 후기 조작이 발생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호스트(집주인)가 부정적인 이용 후기를 삭제하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래밍 전문가로 추정되는 이에게 돈을 주고 리뷰를 삭제하는 식의 ‘음지 거래’가 일각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리뷰 삭제는 이용자에게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데다, 자칫 웹 보안 문제로까지 확대될 여지가 커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헤럴드경제

‘리뷰 삭제 원하시는 분’ 글을 올린 작성자에게 접촉해 문의하자 작성자가 1건당 13만원을 제시한 카카오톡 오픈 채팅 대화 캡쳐. 이 작성자는 커뮤니티에 한시적으로 글을 올린 뒤, 일정 수준의 신청자가 모이면 게시글을 삭제하고 카카오톡 오픈 채팅으로 옮겨 거래를 진행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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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에이비앤비 호스트들의 모임 커뮤니티에 ‘리뷰 삭제 원하시는 분들’의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 작성자는 에이비앤비와 부킹닷컴의 리뷰를 삭제해주고 삭제 확인 후 돈을 입금하는 방식으로 부정적인 후기를 삭제해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작성자와 접촉해본 결과, 컴퓨터 프로그램 전문가로 추정되는 작성자는 리뷰와 별점을 삭제해 주는 조건으로 한 건당 13만원을 제시했다.

리뷰 삭제는 호스트가 삭제를 원하는 리뷰를 캡쳐해 전달하면 이를 삭제해주고 삭제가 확인되면 돈을 입금해 주는 방식이었다.

그는 리뷰 삭제까지 걸리는 시간은 채 2시간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리뷰가 삭제된 사실이 티가 나지 않도록 이용 후기가 10개 이상인 경우에 삭제해준다는 ‘치밀함’도 보였다.

실제 숙소 이용자가 자신의 이용 후기가 삭제된 사실을 알아차릴 수 없도록 이용자의 앱 활동 빈도를 체크하고 자체적으로 삭제가능 여부를 판단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기자가 실제 삭제 가능 여부에 의문을 품자, 예시로 리뷰 하나를 삭제해 주겠다고까지 했다.

이 작성자는 “에어비앤비와 부킹닷컴에서 리뷰 삭제가 가능하다. 1년 넘게 리뷰 삭제를 진행했으나 한 번도 문제됐던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에어비앤비의 경우, 이용 후기를 남기면 수정, 삭제가 불가능하다. 게시판의 수정, 삭제는 웹게시판의 관리 권한을 가진 관계자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보안 전문가들은 리뷰 삭제가 이뤄진다면 웹게시판의 취약점을 파악한 프로그램 전문가가 일시적으로 웹 권한을 탈취해 삭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사실상 ‘해킹’이다.

이 작성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숙소앱에서는 1년 넘게 부당한 웹 권한 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리뷰 삭제가 방치됐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웹 보안 취약점을 알고 있는 프로그램 관계자라면 마음만 먹으면 이같은 권한 탈취를 통해 리뷰 삭제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보안업계 관계자는 “모니터링이 철저하게 이뤄지는 대형 포털 등은 장벽이 높지만 비교적 규모가 작거나 관리인이 적은 경우라면 웹 권한을 탈취해 조작이 일어날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비록 극히 일부라 하더라도 리뷰 삭제가 가능하다면 부정확한 정보에 따른 이용자 피해와 함께 공신력에도 큰 허점이 생기게된다.

에이비앤비 관계자는 “리뷰 삭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모니터링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며 “리뷰 삭제를 유인한 사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세정 기자/sj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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