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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베네수엘라 마두로, 국민 환멸에도 재선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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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 피해 국민들 망명…마두로 지지율도 떨어져

야권탄압·조기대선 등 '당선 꼼수'…국제사회 비판 직면

뉴스1

당선 확정 연설 중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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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20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우고 차베스의 정치적 후계자라는 후광과 정부의 당선 '꼼수'에 힘입어 6년 더 집권을 연장하게 됐지만, 안팎으로 혼란한 정세에 마두로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는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 대통령 재신임 결과가 아니란 얘기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대선에서 67.7%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하지만 논란 속이 치러진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46% 정도로 1940년대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처럼 절반 이상의 유권자들이 투표장을 찾지 않은 것은 현 정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환멸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베네수엘라는 지난 2014년 국제유가 급락 이후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의 독재 등 민주주의 훼손을 이유로 미국이 경제 제재를 가하는 것까지 겹쳐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식량을 비롯한 생필품 부족으로 고통받는 국민 중 다수는 마두로 대통령의 독재와 지속된 경제난에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궁핍한 생활을 피해보고자 2015~2017년 사이 고국을 떠나 망명길에 오른 베네수엘라 국민은 160만명에 이른다.

이러한 상황에도 마두로 대통령의 재선이 가능했던 것은 그가 단지 차베스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 좌파 진영의 대표 지도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마두로 대통령이 준비해뒀던 집권 연장 '꼼수' 덕이 컸다.

당초 베네수엘라 대선은 올해 12월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반(反) 마두로 시위와 퇴진 요구가 잇따르며 지지율이 급락하자 친정부 인사로 이뤄진 최고 헌법기관인 제헌의회는 대선 기간을 대폭 앞당겼다.

자신에게 필적할 만한 주요 야권 후보들을 탄압해 출마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조처하기도 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번 대선은 그를 견제할 만한 주요 경쟁자가 가택연금 상태이거나 기소 등으로 후보로 나서지 못한 상황에서 치러졌다.

투표 당일 부정이 자행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야당은 정부가 투표소 인근에 국가 혜택을 받는 데 사용하는 '조국 카드'를 스캔하도록 하는 장소를 설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배급을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정부 관계자들을 배치하고 선거 마감 시간을 어겼다는 지적도 있었다.

여러 방식을 동원해 재선에 성공했지만 마두로 대통령의 앞에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라는 난관이 놓였다. 마두로 대통령 독재를 이유로 제재를 지속해온 미국은 투표를 앞두고 정권 압박용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대선 당일 미국 국무부는 베네수엘라의 주요 자금 공급원인 원유 수출 제재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주 14개국이 베네수엘라 사태를 우려하며 구성한 외교 모임인 '리마그룹' 등 국제사회도 미국의 제재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이 계속돼 베네수엘라의 고립이 가속될 경우 궁핍한 생활을 피해 인근 국가로 이주하는 국민이 늘어나는 등 국가 위기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전날 유세에서 "승리하면 경제 혁명을 일으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압박이 한층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 가운데 그의 약속이 지켜질 지는 미지수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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