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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배문규의 에코와치]4대강 수문 열려면 계속 국토부 허락 받아라? 환경단체들 반발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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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언제까지 국민이 아닌 수자원 마피아와 4대강 부역 세력들을 섬기는 자유한국당에 농락당할 것인가.”

지난 18일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합의사항에 포함된 “물관리일원화 관련 3법(하천관리법은 국토교통부에 존치)은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조항에 대해 환경단체가 일제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4대강 복원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분노에 가까운 반응까지 나옵니다. 이유가 뭘까요.

■존재하지도 않는 법으로 하천을 관리한다?

현재 수자원 이용에서 수량은 국토교통부, 수질은 환경부가 맡아서 관리합니다. 이렇게 나뉜 정부의 물관리 기능을 환경부로 모아 통합적으로 관리하게 하기 위해 나온 것이 ‘물관리일원화’ 정책입니다. 20년 넘게 논의가 지지부진하던 물관리일원화는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주요 정책이 되면서 급부상했습니다.

계기는 이명박 정권 때 국토부가 주도한 ‘4대강 사업’이었습니다. 보를 짓고 물을 막아서 국가적 재앙을 부른 하천 관리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고, 국토부의 수자원 권한을 통째로 환경부로 넘겨서 4대강 재자연화를 시도하는 정책 방향을 잡은 것입니다.

여야 합의안대로 정부조직법과 물관리기본법, 물산업육성법 등 관련 3법이 통과되면 겉으로는 수량과 수질 모두 환경부가 통합 관리하게 됩니다. 문제는 “하천관리법은 국토교통부에 존치”한다는 단서 조항입니다.

여야가 합의를 했다는데, 정작 ‘하천관리법’이라는 법은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하천법’을 잘못 표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천법을 국토교통부 관할로 남겨둔다고 하면 국가하천유지보수사업, 하천기본계획과 유역종합치수계획같은 하천 관련 국가 계획을 국토부가 그대로 계속 맡게 된다는 뜻입니다. 특히 4대강 16개 보 관리사업이나 주변 토지보상 등 4대강 사업 관련 예산과 기능도 하천법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물을 환경부가 관리하게 한다면서, 물이 있는 하천은 그대로 국토부에 남겨두는 셈입니다.

■4대강은 언제 자연으로 돌아갈까

하천관리 기능은 4대강 사업의 핵심입니다. 하천법이 국토부에 남는다는 것은 4대강 ‘재자연화’가 매우 어려워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환경부는 보의 수문을 열어 수질과 생태계를 개선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국토부 하천관리 부서를 통해서 지하수위나 유지관리사항의 협조를 받아야 합니다. 수문을 열려면 반드시 사전에 검토해야 하는 사항들입니다. 지난 1년간 수문을 ‘찔끔 개방’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구조 때문이라고 환경단체들은 지적합니다. 국토부가 허락해주지 않으면 환경부가 수문을 열기 힘들다는 겁니다.

[수문 연 금강 르포]열린 물길 따라 강이 돌아오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4대강 16개 보를 관리하는 국가하천유지보수사업,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지방하천정비사업, 수문과 가뭄조사 등 하천관리 기능을 빼놓고서 물관리를 일원화할 수는 없다”면서 “탁상에서 합의해 어설프게 일원화를 추진하면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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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토부 수자원정책국에는 수자원정책과, 수자원개발과, 하천계획과, 하천운영과, 수자원산업팀이 있습니다. 이중 하천 관련 부서가 수자원정책국 예산과 기능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댐 건설같은 개발 사업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수자원개발과 관련된 국토부의 기능은 앞으로 축소될 수 밖에 없습니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물관리를 일원화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6000억~7000억원에 달하는 중복예산을 절감하는 것인데 하천 부서를 그대로 두고 수자원 부서만 넘기면 당초 목표를 전혀 달성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신 국장은 “하천법이라는 ‘알맹이’는 국토부에 남겨두고, 앞으로 할 일이 없어지는 부서만 환경부로 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역민원 법안’ 끼워넣은 여야 합의

3법 가운데 ‘물산업육성법’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 법안은 정부가 물 산업 시설 등을 조성·운영하고 관련 기업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선거를 앞두고 의원들끼리 합의한 전형적인 ‘지역민원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6년 대구 달성군에 조성한 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법이라는 것입니다. 이 법을 발의한 자유한국당 윤재옥 의원을 포함해, 그동안 대구 지역 의원들이 비슷한 법안을 꾸준히 내놨던 것이 사실입니다.

여야는 오는 28일까지 ‘하천관리법’을 두고 협상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하천관리법을 하천 관련 법안으로 해석할 경우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되는 기능은 더욱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물관리일원화를 환경단체들이 요구해온 것은, 지금까지의 정책이 산업화 시기의 국토개발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기후변화와 생태계파괴 문제 등 새로운 시대의 이슈에 걸맞게 전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는 “건설과 토목이 중심인 국토부에 하천관리를 계속 맡기는 것은 본질을 완전히 왜곡한 결정”이라면서 “물관리의 최대 실패작인 4대강 사업을 바로잡기 위해서, 이름만 물관리일원화인 이번 합의안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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