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아시아초대석]창립 45주년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 "지속 가능한 기업이 목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45년전 종로 한칸짜리 점포서 시작…올해 영토확장 2020년 글로벌 톱3 목표
이익창출에만 신경쓰면 절대 못 커…없던 시장에 새상품·소비자 층 개척
철학있는 기업은 지속성장 가능…미래 먹거리 나우 인수도 일맥 상통

아시아경제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문호남 기자 munona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담=이초희 소비자경제부장, 정리=박미주 기자]"요즘 가장 큰 고민은 '지속 가능'입니다. 지속 가능하려면 철학이 있어야 하죠.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은 절대 클 수 없습니다. 어떤 가치를 가지고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올해로 창립 45주년을 맞은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 서울 서초구 양재동 블랙야크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강 회장은 첫 화두로 지속가능을 꺼내들었다. 1973년 2월 종로5가의 한 칸짜리 점포였던 동진사에서 시작해 현재 3대륙 22개 나라에 진출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킨 그가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언급한 내용도 지속가능이었다. 당장의 이익창출보다 더 큰 고민이 회사를 어떻게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는지라는 것.

강 회장이 강조하는 지속 가능은 일반적이지 않다.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 강 회장은 "기업인은 두 갈래로 나뉘는데 하나는 시장에 없는 상품을 개발해 새로운 소비자층을 만들어내는 부류고 다른 하나는 이미 형성돼 있는 시장에 기존 상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라며 "후자는 장사(치)에 불과하다"고 전제했다. 철학이 있는 기업은 존재하지 않았던 시장에 신규 상품을 만들어 신규 소비층을 개척하는 형태로 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가 이처럼 지속가능을 최대 당면과제로 삼은 것은 현재 아웃도어의 위기론과 무관치 않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2014년 6조8439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에는 4조8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그는 "아웃도어 위기론의 가장 큰 이유는 자만"이라며 "당연히 올 것을 생각 안 하고 무시한 자업자득의 결과"라고 꼬집었다.
강 회장 역시 업계에서 가장 발 빠르게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내로라하는 글로벌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했지만 결과론적으로 약간 늦은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중국, 유럽 등 글로벌 진출을 10년 전부터 준비했는데 이를 2~3년 정도 더 일찍 준비하거나 속도를 냈어야 했다"면서 "이를 교훈삼아 빨리 마무리 짓고 다음 단계의 지속 가능은 잘 맞아 떨어지게 준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시아경제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이 집무실 입구 블랙야크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문호남 기자 munona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블랙야크가 2014년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나우'를 인수한 것도 이같은 배경이 깔려있다. 나우는 2007년 미국 포틀랜드에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스타일과 기능성을 모두 만족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나이키와 파타고니아 제품 개발자들이 모여 설립한 브랜드다.

강 회장의 아들 강준석 미래전략본부 상무가 인수를 주도하고 현재 총괄을 맡고 있다. 나우는 유기농으로 재배된 면과 재생 가능한 친환경 섬유만을 사용한다. 이산화탄소의 발생,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페트병에서 추출한 재생 폴리에스터를 쓰고 있다. 때문에 나우 인수 당시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제기됐다. 하지만 차츰 강 회장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당장 최근 발생한 폐비닐, 페트병 등으로 야기된 쓰레기대란이 이를 증명한다. 강 회장은 "재생, 친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던 차에 지속 가능 철학을 지닌 나우를 인수하게 됐다"며 "앞으로는 쓰레기 처리 비용 문제로 포장지 없이 상품만 가져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나우가 향후 블랙야크를 능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미래 먹거리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남들이 안된다고 하는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는 강 회장은 제품(브랜드)에 모든 것을 걸고 악착 같이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는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그는 "일본회사 아식스의 경우 상표값을 내지 못해 부도의 위기에 놓였지만 지금은 거대한 회사가 됐다"면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처럼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야 하고 길이 막히면 뚫으면서 가야 한다"며 기업가정신을 강조했다.

'하면 된다 정신'으로 무장한 그는 올해 진출 국가를 기존 22개에서 28개로 늘리고 2020년에는 글로벌 톱3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강 회장은 "독일 이스포 어워드에서 19개의 상을 받아 단일 브랜드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으며 인정받았다"며 뿌듯해 했다. 이어 그는 "스위스에 연구개발실을 설립하고 디자인을 만들어 현장 테스트 하는 기간만 4~5년이 걸렸는데 그 결실을 이제야 따낸 것"이라며 "현지 소비자들의 구매 단계만 남은 상태"라고 전했다.

히말라야를 등반한 산악인으로 블랙야크에게 영감을 받는다는 강 회장은 스스로를 히말라야라고 부른다. "제가 소띠인데 야크도 소예요. 야크는 사람을 위해 고기와 털을 주고 농사도 지어주며 봉사하고 희생합니다. 블랙야크처럼 살아야 합니다. 이게 블랙야크의 정신입니다."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 약력
▲생년월일 1949년 4월25일(음력)
▲학력 제주 오현고-제주국제대 경영학과 학사-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MBA석사-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경영학 박사-제주대 경영학 명예박사
▲경력 동진레저ㆍ블랙야크 회장-대한산악연맹 부회장-서울특별시산악연맹 회장-서울제주특별자치도민회장-한국스카우트연맹 부총재-제주대 겸임교수-대한체육회 이사-서울특별시체육회 부회장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