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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학부모가 일일교사 된다…스승의 날, 선물 대신 `재능기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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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워킹맘에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다음 스승의 날 때는 선물 대신 재능기부로 마음을 표현해보는 것은 어떨까./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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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엄마 잡학사전-44] 스승의 날 일주일 전부터 엄마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는 선물 이야기로 시끌벅적하다. 어린이집에 어떤 선물을 하는 게 좋은지, 가격은 어느 정도가 좋은지, 원장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에게만 선물을 하면 될지 등 초보 엄마가 질문하면 3~4년 차 선배 엄마들이 친절하게 답을 해주는 식이다. 일부 엄마들은 카네이션, 화장품, 커피교환권, 백화점 상품권 등 다양한 선물 후보군 중 자신이 준비한 선물의 인증샷을 올리며 자랑하기도 한다.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워킹맘이 스승의 날 전날 밤 부랴부랴 커피교환권을 사러 주변 카페를 모두 뒤졌지만 품절돼 선물을 못 샀다는 안타까운 사연도 올라왔다.

나도 다르지 않았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두고 늘 마트에서 과일이나 커피세트를 샀다. 원장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에게 같은 선물을 드렸다. 아이를 살뜰히 챙겨주고 보살펴주는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있었지만, 사실 선물이라도 해야 내 마음이 편했다. 일한다는 핑계로 등하원은커녕 준비물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나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스승의 날을 챙김으로써 가까스로 나쁜 엄마를 면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번 스승의 날은 달랐다. 지난 3년 동안 다녔던 가정어린이집과 달리 선물을 일절 받지 않는다고 공지했기 때문이다. 구립어린이집이라 지자체 지원 사업을 많이 하다 보니 투명하게 운영해 소탐대실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어린이집 원장을 제외한 교사들에게는 선물이 허용된다. 교사는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은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등에 따른 교원을 적용 대상으로 한다. 초·중·고교 담임교사와 교과목 교사, 유치원 교사가 대상자에 해당한다.

어린이집은 원장도 청탁금지법을 적용받는다.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누리과정을 운영하는 어린이집 대표자는 공무를 수행하는 사인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단 원장과 달리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소속 보육교사는 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법인·단체의 대표는 청탁금지법을 적용하되 그 구성원은 제외한다는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카네이션 한 송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지 마지막까지 고민했지만 어린이집 지침을 따르기로 했다.

대신 스승의 날 일일교사를 자임했다.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은 지자체가 '열린어린이집'으로 지정해 물리적인 공간을 학부모에게 개방하고 분기별로 부모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인 '열린어린이집의 날'을 운영한다. 그 일환으로 재능기부 형식으로 학부모가 일일교사가 된다. 스승의 날 선생님들을 대신해 두 시간가량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인데 페이스 페인팅을 하기도 하고 만들기 수업을 하기도 한다.

스승의 날에 선생님들에게 작은 선물을 해주고자 나도 일일교사를 신청했다. 도화지와 색종이, 크레파스를 준비해 갔다. 아이들이 그림을 그린 도화지 위에 색종이로 접은 카네이션을 붙였다.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문구도 적었다. 어버이날이면 늘 아이들 손에 들려 보내던, 그 카네이션이다. 아이들 사진을 코팅해 예쁘게 꾸며 집으로 보낸 카네이션을 정작 선생님들은 한 번도 받지 못했을 게다.

엄마들의 어린이집 방문이 달갑지만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들 급식이나 어린이집 청결에도 평소보다 신경을 많이 써야 했을 것이다. 나로서는 아이 여러 명을 한꺼번에 보느라 점심도 제때 먹지 못하는 교사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값진 기회였다. 워킹맘에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다음 스승의 날에는 선물 대신 재능기부로 마음을 표현해보는 것은 어떨까.

[권한울 프리미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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