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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건설업 먹구름]훈풍 분다고?…속은 까맣게 타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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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비중 높은 건설경기 '먹구름'

분양·SOC 수주 물량 감소세

주 52시간제로 비용부담은 커져

남북경협 수례는 먼 얘기 '암담'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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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돌파구를 찾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해외 수주는 거의 끊긴 상태이고 국내 공공수주도 확 줄었습니다. 주택부문 역시 정점을 지나 이제 내리막길에 접어든 분위기입니다.”

올해 1분기 실적 호조와 남북 경제협력 기대감에 건설업계가 모처럼 훈풍을 맞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국내외 일감이 줄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주택사업 전망도 밝지 않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쪼그라들어 건설업 체감경기는 그야말로 바닥이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중견·중소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업계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삼성물산(028260)·현대건설(000720)·대우건설(047040)·GS건설(006360)·대림산업(000210) 등 5대 대형 건설사의 1분기 매출액은 총 19조62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했고 영업이익(1조2440억원)도 60.5% 늘었다.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간 철도·도로 연결부터 시작해 각종 인프라 공사 발주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최근 건설주 주가가 급등한 배경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먹거리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선행지표들은 이미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 국내 건설 수주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2% 줄었다. 2년 반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다. 내년이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1.1%)에서 건설업 기여도는 2014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제로(0%)로 떨어졌다.

건설사들의 올 1분기 실적 호조도 뜯어보면 속빈 강정이다. 과거 손실로 처리했던 해외부문에서 일부 환입이 이뤄진 것이 호조 이유이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시달려온 해외 손실이 올해 2분기를 기점으로 대부분 마무리될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해외 신규사업 수주는 녹록지 않다. 이란 핵협정 탈퇴나 아르헨티나 디폴트 선언 등 그동안 큰 시장이었던 중동과 중남미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주택부문 매출은 이미 지난해 고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많다.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금 부과나 안전진단 기준 강화 등으로 재건축시장을 틀어막고 있는데다 주택 공급이 가능한 택지 분양도 급감한 상황이다.

올해 줄어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내년에 또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공공발주를 수주해도 적정 공사비가 확보되지 않아 수주하면 적자인 경우도 다반사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최근 들어 국내 주택 수주는 물론 공공부문 먹거리도 줄고 있다”며 “해외에서도 수주 소식이 뜸한데다 이미 수주했던 것도 현지 사정 때문에 착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앞으로 먹고 살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선 오는 7월부터 시행될 근로시간 단축도 대형 악재로 보고 있다.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면 당장 공사 시간이 길어지고 추가 인력 투입에 따른 비용 증가도 감당해야 한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은“건설업은 국내총생산(GDP)에서 1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고 연관산업 효과도 크다”며 “주택 경기 침체와 SOC 감축 등으로 민간과 공공부문이 동시에 위축되면 한국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잔뜩 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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