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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특검·추경` 미루고 미룬 `양치기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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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교차로 모습. 선명한 `유(U)턴` 표지판이 지난 18일 마라톤 협상 끝에 추경안·특검법안 등 현안 처리에 합의하고도 다시 세부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여야 모습을 상징하는 듯하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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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국회가 정상화됐지만 6일이 지난 20일까지도 여전히 빈손이다. 여야는 합의를 통해 18일 본회의를 열어 드루킹(민주당원 댓글) 사건 특검법안과 추가경정예산(추경) 처리를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이틀이 지나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21일 본회의가 열리더라도 여야가 스스로 약속한 합의 사항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여야는 드루킹 특검법안과 추경을 18일 오후 9시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지난 14일 합의했다. 국회 파행 42일 만의 극적인 합의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그간 드루킹 특검 수용 불가 입장을 보였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단식까지 해 가며 특검 수용을 요청했었다. 여야가 타협점을 찾은 것은, 드루킹 특검을 여당이 수용하는 대신 추경을 야당이 수용하는 일종의 상호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테일'로 들어가자 여야는 다시 맞부딪쳤다. 여야는 드루킹 특검 규모와 수사 기간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 민주당은 2012년 '내곡동 특검' 수준을, 한국당 등 야당은 2016년 '최순실 특검'에 준해 특검팀 규모를 꾸려야 한다고 봤다.

여야는 자신들이 합의한 18일 오후 9시 본회의 개의 시간을 1시간 30분 넘겨서야 드루킹 특검에 대해 합의했다. 여야는 드루킹 특검 규모로 특검보 3인에 파견검사 13명, 특별수사관 35명, 파견공무원 35명 등으로 정했다. 수사 기간은 최장 110일로 합의했다. 특별검사 임명 방식과 수사 대상은 지난 14일 합의했던 내용 그대로였다. 14일 당시 여야는 특검 후보자를 대한변협에서 4인을 추천받은 후 야 3당 교섭단체 합의로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은 그중 1명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정했다. 수사 범위의 경우 드루킹 및 관련 단체의 불법 여론 조작 혐의와 불법 자금 등을 대상으로 하기로 정했다.

특히 18일 한 언론에서 보도된 드루킹 김 모씨의 '옥중서신'이 여야 간 쟁점을 가중한 측면이 있었다.

특검법안의 구체적 내용이 합의된 뒤 여야는 다음날인 19일 오후 9시 본회의를 열기로 했다. 물리적으로 18일 당일 본회의를 열기 어렵자 하루 미룬 것이다.

하지만 국회 예결위가 19일 일찌감치 파행되면서 이날 처리 역시 21일로 미뤄지게 됐다. 여당은 드루킹 특검과 관련해 야 3당의 요구를 받아들인 만큼 추경은 정부 원안대로 진행하길 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야 3당은 이와 별개로 추경 세부 내역에서 감액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야당이 지적한 점은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의 '산업단지 주소기업 청년 교통비 지원' 항목이었다. 975억원으로 배정된 이 사업은 교통 여건이 열악한 산업단지에 근무하는 청년 10만명에게 1인당 월 10만원의 교통비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야당은 이에 대해 반대했고 결국 20일 새벽 마무리된 감액 심사 결과 지원 교통비가 월 5만원으로 감액됐다.

또 다른 쟁점으로는 중소벤처기업부 소관의 '기술혁신형 창업기업 지원사업'이었다. 1185억원의 예산이 잡힌 이 사업은 스타트업 기업에 창업자금을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1억원 가운데 일부는 인건비로 쓸 수 있고 나머지 금액의 경우 사용 항목 제한이 없는 점이 쟁점이 됐다. 야당 관계자는 "스타트업이라 해서 사용할 수 있는 항목을 정해 주지 않고 돈을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모두 국민 세금이기 때문에 쓸 수 있는 항목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당 측에서는 "항목 없이 쓸 수 있는 지원금은 벤처기업 특성상 필요한 제도이며 사용 계획을 제출하면 되므로 항목을 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경을 하루 만에 심사하기 쉽지 않은데 무리하게 기한을 정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야당도 정부안을 크게 감액할 수는 없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미 추경 발표를 통해 예산 지원이 알려진 터여서 만약 전액 감액 등을 야당이 주장할 경우 악영향을 줄 수도 있어서다. 국회 예결위는 이날 오후 예산조정소위를 열고 3조88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의결했다. 정부 원안인 3조9000억원 규모에서 200억원 순삭감됐다. 당초 예결위 소소위는 3900억원을 감액했지만 증액 심사에서 3700억원을 늘렸다. 예결위가 21일 전체회의에서 추경안을 최종 의결하면 연이은 국회 본회의에서 드루킹 특검법안과 함께 추경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높다.

[김효성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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