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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오늘 속의 어제] 암스트롱 달 탐사 만들어 낸 JFK의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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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1969년 7월20일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우주인 닐 암스트롱의 발자국 모습.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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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0년 안에 달에 갈 것입니다. 이 일이 쉬워서가 아니라,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알기 때문입니다.”

1961년 5월25일, 미국 상ㆍ하원 합동 연설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우주 개발에 대한 미국의 야심 찬 목표를 제시했다. ‘국가의 긴급 과제에 대한 특별 교서’란 제목의 연설에서였다. 모두가 반신반의 했지만, 8년 뒤 1969년 7월20일 아폴로 11호의 선장 닐 암스트롱은 인류 최초로 달에 첫 발을 내딛게 된다.

미국 우주 탐험 역사의 시초인 ‘아폴로 프로젝트’는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미국은 우주 개발 경쟁에서 소련보다 뒤쳐져 있었다. 소련은 1957년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렸고, 1961년 4월엔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하며 앞서 나갔다.

케네디 대통령은 미국의 미래를 위해 국력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는 결단을 내렸다. 자신의 임기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 비전을 제시했고, 의아해하는 국민들을 설득해 국론을 한데 모았다. 천문학적인 투자도 마다하지 않았다. 냉전 시대 체제 경쟁 차원의 일환이었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국가의 미래에 대한 전략적 투자라는 판단이 컸다. 유인 달 탐사는 1972년까지 계속됐다.

이를 계기로 미국은 세계 우주 개발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부차적으로 발생한 수 많은 첨단 기술 개발은 각종 산업 발전에도 기여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1961년의 연설에 대해 “케네디의 프런티어 정신”이라고 표현하며 국정운영의 지표로 삼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또 “달은 이미 가본 곳”이라며 화성 탐사에 주력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정부 들어 미국 우주 산업은 찬밥 신세로 전락한 모습이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지만 가시적 성과가 없는, ‘돈 먹는 하마’ 취급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비즈니스 모델로서 우주 산업을 바라보고 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연설에 빗대보자면, “우리가 달에 가는 건 쉬운 일이어서가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라는 논리다.

인류의 우주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해온 국제우주정거장(ISS) 운용을 민간에 위탁하겠다는 것도 그 일환이다. ISS는 미국 주도 하에 국제 협력 형태로 운영돼 왔는데, 투자한 만큼 혜택이 없다며 2025년부터 연방 예산 투입을 중단한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은 45년 만에 유인 달 탐사를 재개하는 행정지침에 서명했지만, 구체적인 시한이나 예산도 밝히지 않아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까지 달 뒷면 탐사에 나서는 등 우주 굴기에 나선 중국의 영향을 의식한 보여주기 행보였다는 분석이다.

당장 미 의회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최근 미국 하원 과학기술우주위원회 청문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트럼프 정부의 우주 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ISS 민영화 방침에 대해 “(ISS 민영화로) 줄일 수 있는 예산도 많지 않다”거나 “ISS를 없애면, 달은커녕 (우주의)다른 어느 곳도 갈 수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이익만 좇는 것으로 우주 개발에 접근해선 안 된다는 일침이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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