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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65>영어교사가 좋으면 영어를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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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어머! 많이 아프겠다.” 달리기 시간에 넘어진 개구쟁이 아이의 무릎에 맺힌 피와 엉긴 흙을 조심스럽게 닦아 주는 초년병 여교사의 가느다란 손에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그 모습이 새록새록 기억나는 이유는 선생님의 사랑이 진해서일 것이다. 예쁘기도 했지만 자신의 도시락을 나누어 주고 주머니를 탈탈 털어서 아이들을 돕는 모습이 늘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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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라고 쓰인 커다란 몽둥이를 든 수학 선생님은 한 번도 그 매를 사용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과시용 몽둥이에서 뿌려지는 사랑을 열심히 맛보았을 뿐이다. 거북이같이 뒤뚱뒤뚱 걸으면서 저녁 늦게까지 학생 문제 풀이를 돕고 시험에 지친 어깨를 다독이는 모습에 사랑이 뚝뚝 묻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학을 좋아하게 된 것도 거북선생님 덕분이다.

비록 일부 비리와 아픔이 학교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지만 아직 학교는 인재 양성 산실임을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단순한 지식 전달 차원을 넘어 사람을 제대로 가르치고 기르는 학교가 없으면 국가 미래는 암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시가 전부인 우리나라에서 학교 교육 의미는 점점 불분명해져 가고, 학교 역할 기대감은 퇴색돼 가고 있어 걱정이다. 변화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이 교육 혁신 가능성을 보여 준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적극 도입이 바람직한 교사상 재정립 기회를 줄 수 있다. 우선 인공지능(AI) 기반 업무 자동화와 잡무 담당 로봇으로 교사 업무를 최소화하고, 교사는 잉여 시간을 학생 교육과 돌봄에 사용하도록 한다. 학생 개개인 일상을 관찰하고 돌보고 기록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교사에게 주어져야 한다. 또 체벌 등 모든 학생 관리는 학교가 담당하고, 교사는 오로지 돌보고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어야 한다. 잡무에 찌들고 교정 업무로 허덕이는 교사상에서 탈피해야 무한 사랑을 베푸는 교사 이미지를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이유를 막론하고 교사를 존경하고 따르는 학생이 제대로 성장한다는 작은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ICT 기반 업무 지원 서비스와 교육 자료 도입으로 교사 능률 향상 도모는 필수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정확한 교육 목표를 달성하고 학생 중심 교육 과정이 수립돼야 하지만 서비스 도입이 교사에게 또 다른 짐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상현실(VR), 홀로그램, 교육용 게임 등을 동원해 교육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우수 교육 콘텐츠 공유로 학습 질을 개선하는 실질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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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편리하고 효율성이 증가되는 만큼 부작용도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 기반 교육 환경과 방식이 자칫 학교 교육을 인간 가치를 외면한 단순한 지식 정보 전달 체제로 전락시킬 수 있다. 인격 함양과 인성 계발이 학교 교육 중심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법과 제도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현장 갑질로 숫자를 챙기는 정부 정책으로도 어림없는 일이다. 학생과 교사, 사회가 서로 이해하고 노력해야 시작할 수 있다.

우수한 교육으로 인재를 양성하는 국가가 성공하는 사례는 우리나라가 증명했다. 2018년 스승의 날을 계기로 4차 산업혁명에 편승해 교사 역할이 재정립되고 존경받는 '선생님'이 넘쳐나는 학교에서 훌륭한 미래 인재가 배출되는 학교 본연의 모습이 재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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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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