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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과학을 읽다]②당신의 가족 서열, '반려동물'보다 높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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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보호하는 반려견의 모습.[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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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가족 중에 당신의 서열은 몇 번째나 되시나요? 대부분의 가족 중 서열 꼴찌는 '가장'입니다. 실제로 가족에게 신경을 못써서 그럴까요? 진실은 서열 꼴찌인 당신 만이 알고 계실 겁니다.

이사철이 한창인데 가족 서열 1위인 '사모님'께서 이사가기 전에 가족 중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이 '반려동물(伴侶動物)'입니다. 서열 꼴찌인 가장이 이사가는 집에 가서 가족과 같이 살고 싶다면 이사가는 날 아침부터 반려동물 만 꼭 껴안고 있으면 된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를 실천하시는 분은 안계시겠죠?

한국펫사료협회와 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에서 키우는 반려견의 숫자는 666만 마리로 전체 반려동물의 72%에 해당하고,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인구는 10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관련 산업도 증가세로 오는 2020년까지 국내 펫산업의 규모는 5조8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렇게 반려동물과의 삶이 일상화되면서 적지 않은 문제점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려견이 행인을 물어 숨지게 하면서 목줄과 입마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각종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반려견에게 물려 상해를 입은 사고가 3657건에 달했습니다.

미국에서는 2013년 한 해에 개에게 물려 1만7359명이 다쳤고, 약 4970억원의 보험금이 지급됐다고 합니다. 왜 이런 사고들이 자꾸만 늘어날까요? 전문가들은 "오냐오냐 키우다가는 개의 공격성에 사람이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이지만 어릴 때부터 사람을 물지 않도록 기본적인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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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산책할 때는 입마개를 씌우는 등 펫티켓을 지켜야 합니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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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구성원 모두가 명심해야 할 것은 반려견이 '가족 서열 1위'가 돼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가족 서열 1위가 '사모님'이 아닌 반려견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반려견은 사랑을 나눠 주지만 가족 서열 중에서는 꼴찌가 되는 것이 맞습니다.

사납고 공격적인 반려견의 40% 정도가 보호자에게 제대로 된 기본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페인 코르도바대 호아퀸 페레스 구아사도 교수팀이 사납고 공격적인 성격의 개와 보호자(주인)과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 밝혀진 사실입니다.

연구팀은 "보호자(주인)가 개보다 위에 있다는 사실을 교육하지 않고 키워서 개의 공격성이 높아졌고, 성격이 사나워졌다"면서 "보호자(주인)에 대한 개의 복종심이 부족해서 사나워진 것인데 꾸준한 교육을 통해 개의 성격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반려견은 늑대가 조상이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무리의 우두머리(Alpha)에게 복종합니다. 이른바 '알파독(Alpha Dog) 이론'에 따라 개의 행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계서열인 것입니다.

보호자는 무리의 우두머리(Alpha)가 돼 반려견이 복종하도록 훈련시켜야 합니다. 특히 3~6개월 사이의 강아지들은 사람의 사춘기와 같은 기간입니다. 이 시기에 나쁜 버릇이 생기지 않도록 잘 교육시켜야 하는데 '안돼!'와 같은 명확하고 강한 명령어를 인식시키는 알파독 훈련법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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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은 장난감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야 할 동물입니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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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알파독 이론은 훈련법이 잘 정립됐고 효과가 확실한 편이지만 다소 강압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도 인지하셔야 합니다. 최근에는 보다 부드러운 훈련법으로 '카밍 시그널(Calming Signal) 이론'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가족과 함께 수십년을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어떤 이론이든 선택해 반려견을 제대로 교육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나 동물을 싫어하거나 무서워 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반려견을 사랑하는 만큼 반려견을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의 심정도 헤아려 공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국회가 목줄·입마개 착용 등 맹견 관리 의무를 구체화하고, 이를 위반해 다른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면 소유자에게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반려동물을 데리고 외출할 때 목줄을 채우고 배변 봉투를 챙기는 것, 다소 사나운 개라면 '사람을 물 수 있다'는 경고문을 목에 거는 것 등의 펫티켓을 준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전문가들은 "사회성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생후 2개월도 안된 어린 강아지는 팔지 못하게 하는 등의 근본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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