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8 (토)

[文대통령 취임 1년] '한다면 한다'…부드럽고 담대한 리더십 보여줬다

댓글 6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더팩트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0일 취임 1년을 맞는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0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 취임선서 행사를 마친 뒤 국회를 나서며 국민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지난해 5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헌정 사상 유례가 없는 '장미 대선'을 치렀다. 정국은 혼란스러웠고, 경제, 외교와 안보는 말할 것도 없었다. 인수위원회를 통한 정권 이양도 없었다. 당선과 함께 취임이었다. 19대 대통령 선거는 이런 혼란 속에서 치러졌고,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명령받았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취임한 문 대통령이 어느덧 임기 1년이 됐다. <더팩트>는 지난달 남북정상회담으로 어느 때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인 문 대통령의 지난 1년을 되짚어봤다. <편집자 주>

文, 적폐 청산엔 강하게 국민엔 몸 낮춰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4대강 사업의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 대한 정책감사를 실시하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22일 4대강 정책 감사와 낙동강 고령보 등 녹조 발생 우려가 심한 6개 보를 즉각 개방하도록 했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지시를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전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지 12일 만에 이명박 정부의 역점 사업에 칼을 빼든 것이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정치 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치권이 크게 술렁임에도 문 대통령은 감사원을 통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계속돼온 4대강 사업 과정을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적폐 청산'을 시대적 과제로 제시하고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주요한 목표로 삼는 문 대통령의 신속한 결단과 강한 추진력을 엿볼 수 있는 사례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오는 10일 취임 1년을 맞는다. 지난해 공식 임기가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한반도 정세는 매우 불안했다. 우리나라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느껴졌던 게 불과 일 년 전이라는 얘기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기인 1년이 지난 최근 한반도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문 대통령은 '코리아 패싱(한국 배제)'의 우려를 뒤집고 한반도 평화를 만든 주체가 됐다.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1년 차 지지율 중 최고 수준(80% 이상)을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한 추진력과 빠른 결단력, 자신감, 담대한 리더십을 보였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더팩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당시 검찰 개혁의 적임자로 비검찰 법학자 출신 박상기(사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사진은 박 장관이 2월 2일 오후 정부과천종합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성범죄 대책위원회' 발족 및 법무부 입장발표 기자회견 당시 모습. /이덕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선 공약 이행에 기초한 문 대통령의 담대한 리더십은 검찰 개혁 부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당시 비검찰 법학자 출신인 박상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문 대통령이 검찰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문 대통령은 전관예우의 검찰 내 고질적 폐단을 끊기 위해 기수를 파괴한 파격적 인사도 꺼내 들었다. 이 역시 검찰 개혁의 목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9일 서울중앙지검장에 최순실 게이트 특검에서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임명했다. 전임 이영렬 검사장(연수원 18기)보다 무려 다섯 기수가 내려간 검사가 법무부 검찰국장과 함께 검찰 내 '이인자'로 불리는 서울지검장에 오른 것을 두고 '신선한 파격'이라는 호평도 나왔다. 임 검사장 임명을 놓고 정계 안팎에선 부정부패를 처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검찰 개혁의 신호탄을 쐈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매서운 칼날을 휘두를 수 있는 검찰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 대상이었다. 하지만 기소권을 독점하고 막강한 조직의 힘을 갖춘 검찰의 개혁은 쉬운 일이 아니다. 뻔히 거센 후폭풍이 예상되는 작업이다. 그런데도 인사권을 쥔 문 대통령은 적재적소에 개혁 성향의 인물을 배치하면서 검찰 개혁의 드라이브를 걸었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검찰 개혁에 저항했던 검찰에 '메스'를 댄 문 대통령은 국정 최고 운영자의 카리스마와 자신감을 보여줬다는 시각이 있다. 다만, 문 대통령에게 남은 숙제는 검찰 개혁의 성패 여부다. 현재까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은 야당과 검찰의 부정적인 의사로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더팩트

문재인 대통령이 4월 27일 오전 8시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청와대에서 판문점으로 출발하며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이새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이 되어 가장 강력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국민과 약속한 말이다. 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에 답답함을 호소했던 국민의 갈증을 읽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년간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을 보인 문 대통령이지만, 국민에는 몸을 낮추는 부드러운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홈페이지에 국민청원 게시판을 만들었다.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글을 올린 이후 30일 이내 20만 명 이상이 동의한 청원에 대해 청와대 및 정부의 실무자가 답변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청원 게시판은 정부와 국민의 쌍방향 소통의 창구로 자리매김했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판문점으로 향하는 도중 행렬을 멈추고 차에서 내려 시민들에게 다가갔던 장면은, 문 대통령이 국민을 대하는 태도를 고스란히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문 대통령이 달리던 차를 멈추고 시민과 인사하는 일정은 계획에 없었다고 한다. 즉, 문 대통령이 즉석에서 결심한 것이라는 얘기다. 더구나 당시 연도에 나온 시민들 가운데 한편에는 보수적인 재향군인회 소속 회원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보수도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에 힘을 보태고, 문 대통령도 기꺼이 마음의 문을 열고 보듬어 안은 셈이다.

더팩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된 제37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기념식에서 '유족의 편지'를 낭독한 김소형 씨를 안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전 정부에서 다소 소홀했던 기념일에 직접 참석하면서 민족적 아픈 역사의 희생자들을 보듬기도 했다. 공권력에 의해 무고한 시민들의 학살당한 비극이 서려 있는 제주4·3사건 추념식에 참석해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추념식에 참석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지킨 것이다. 현직 대통령의 4·3 추념식 참석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13년 만이었다. 지난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도 참석했던 문 대통령은 태어난 지 사흘 만에 아버지를 잃은 유족에게 먼저 다가가 따뜻하게 안아줬다.

이처럼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1년 동안 자주 탈권위적인 모습으로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여줬다. 문 대통령이 국민에 보여준 다정다감한 면모는 보여주기식 쇼(Show)가 아닌 진정성이 있어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는 높은 국민적 지지의 바탕이기도 하다는 평가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