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민기 기자 = 내년 글로벌 경기가 저성장 기조의 장기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세계 최대 IT 기업인 삼성전자가 투자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불황에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와 중국의 신규 제조 라인 건설, R&D 센터 건설 등의 투자를 확대 해 나갔던 삼성전자가 한발 앞서 보수적인 투자로 돌아서면서 올해 25조원 규모의 시설투자계획을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삼성전자의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집행된 시설투자금액은 18조4834억원이다.
3분기에 반도체, LCD 등 생산시설에 투자한 금액은 4조5000억원대로 2010년 1분기 이후 가장 저조한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9월까지 시설투자금액 중 3분기에 이뤄진 금액은 4조5354억원으로 1분기 7조7593억원, 2분기 6조1887억원보다 크게 감소했다. 1분기와 비교해 58% 수준이며 분기기준으로는 2010년 1분기 4조1415억원 이후 10분기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특히 반도체부문 투자 금액은 2조2868억원으로 2분기 3조9390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1분기 5조7551억원와 비교해도 40% 수준이다.
LCD에 대한 투자금액도 1조669억원으로 1분기 1조2796억원, 2분기 1조3230억원에 비해 줄어들었다.
이는 불황으로 경쟁업체들이 투자를 줄이고 몸을 사릴 때 투자 확대로 격차를 벌이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 철학과 반대되는 행보여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마저도 내년 글로벌 장기 침체에 대비해 미리부터 '몸 사리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새 수장을 맡은 권오현 부회장도 하반기 글로벌 전략협의회에서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올 하반기에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투자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투자 축소는 향후 국내 기업 전반의 생산 감소, 소득과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펴낸 '최근 설비투자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경기가 회복되기 9개월 전부터 공격 투자에 나섰던 한국 기업들이 요즘엔 회복세가 확인될 때까지 투자를 보류하는 경향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재정부는 "설비투자 부진은 생산 감소, 소득과 고용 위축으로 이어져 성장 기반을 흔들 수 있다"며 선제적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IT 기업의 특징 상 투자 규모는 경기가 좋으면 투자를 늘리고 그렇지 않으면 줄일 수밖에 없다"며 "시장 상황에 맞춰 나가는 것이 원칙으로 세계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보수적인 기조로 돌아선 것"이라고 말했다.
km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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