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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①] ‘삼바’의 당혹, 왜?…회계처리 변경이 물벼락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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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고의적인 분식회계로 잠정 결론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하면서 순이익 발생

-물산ㆍ제일모직 합병엔 시기상 영향줄 수 없어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삼성바이로로직스가 분식회계(회계장부를 거짓으로 꾸미는 것) 논란에 휩싸였다. 주가는 하루만에 17% 이상 빠지며 40만원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시총은 3조원이 넘게 빠져나갔다.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변경이 실수가 아닌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금융감독원의 잠정 결론이 잠정이 아닌 확정이 될 경우다. 상장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감사한 회계법인과 금융당국의 조사는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악의 경우 상장 폐지 여부를 심사받을 수도 있다.

헤럴드경제

[사진설명=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이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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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3300억원을 투자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분의 대부분인 91.2%를 보유하고 있고 바이오젠은 5% 정도의 지분만 가졌다.

그런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이 2015년 말과 2016년 초 한국과 유럽에서 승인을 받으며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평가가치는 5조2726억원으로 상승했다. 문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종속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하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평가가치를 기준으로 자사가 보유한 지분에 해당하는 4조8000억원을 장부에 반영했다. 이에 2011년 설립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내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단숨에 당기순이익 1조9000억원의 흑자를 낸 기업으로 바뀌었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회계기준을 고의로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당시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건 선택사항이 아닌 국제회계 기준상 의무사항으로 이행한 것”이라며 “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합작사인 바이오젠이 콜옵션(공동 경영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져 부분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관계회사로 변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감원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해야 할 특별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처리 변경으로 순이익이 발생하면서 상장시 특혜가 있었다는 의심도 받았다. 이에 대해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2015년 반영된 일회성 순이익은 상장과 상장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 평가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상장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는 생산능력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개발현황 등에 대한 경쟁사 비교를 통해 책정됐다”고 했다.

한편 참여연대 등을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사 형태를 바꾼 것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영향을 줬다는 주장도 있었다.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가 커지면서 국민연금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를 11조원으로 평가했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는 근거가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2015년 5월 당시 주가로 합병비율이 결정됐다”며 “문제가 된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변경은 2015년 말에 한 것으로 시기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기 위해 회계처리를 변경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1년여의 특별감리 끝에 금감원이 내린 결론이기에 삼성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호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는 “분식회계라는 표현으로 7년동안 쌓아온 노력에 큰 상처가 되고 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제 회계처리 기준을 철저히 지켰고 고의로 회계를 조작해야 할 동기도 없었으며 실제 이를 통해 얻은 실익도 없다”고 말했다.

증권선물위원회의 최종 판단이 남아있지만 금감원의 판단대로 결론이 난다면 파장은 적지 않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말 3대 회계법인으로부터 회계처리 방식이 적정했다는 판단을 받았고 2016년 금감원 조사에서도 문제없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상장 전 심사를 한 회계법인과 금감원 등 조사 당국이 부실하게 심사를 한 것이 아닌지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 분식회계의 고의성이 인정되면 한국거래소에서 상장 폐지 여부를 심사받을 수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회계처리 방식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만약 금감원의 결론대로 최종 확정이 날 경우 행정소송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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