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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if] 한국 연구진, 뇌 속 '기억저장소' 위치 처음으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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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기억이 저장되는 정확한 위치를 시냅스 수준에서 찾는 데 성공했다. 시냅스는 뇌세포 사이의 신호를 전달하는 연결 부위로 신경계의 최소 기능 단위다.

서울대 강봉균 교수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27일자를 통해 "형광단백질을 통해 뇌에서 기억이 저장되는 시냅스를 눈으로 확인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1949년 캐나다 심리학자 도널드 헵이 제안했던 '기억 저장 시냅스' 가설을 처음 실험으로 검증한 것이다.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시냅스에 기억 정보가 저장된다는 이 가설은 그동안 기술적인 한계로 실험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뇌에서는 해마가 기억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해마에는 수많은 신경세포가 있고, 세포마다 최대 1만여 개 시냅스가 있어 기억을 저장하는 시냅스만 콕 집어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뇌 신경세포에서 기억이 형성될 때 나타나는 수천 개 이상의 시냅스를 구분하는 화학 탐지 기법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기억 저장 시냅스와 일반 시냅스를 각각 노란색과 파란색 형광색으로 표시해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진은 녹색형광단백질(GFP) 유전자를 바이러스를 통해 신경세포에 주입했다.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면서 기억이 형성되면 시냅스 말단에서 형광이 나타나도록 한 것이다. 연구진은 GFP 유전자 일부를 변형해 각각 다른 형광색이 나오게 했다.

연구진은 생쥐에게 전기 자극을 가하면서 시냅스 중 어떤 부위가 활성화되는지 관찰했다. 신경세포는 전기 자극처럼 무서운 경험이 가해지면 다음에 같은 자극을 피할 수 있도록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기억 정보를 저장한다.

연구진은 강도를 조금씩 높여가며 전기 자극을 준 결과 시냅스에서 노란색을 띤 수상돌기(다른 뇌세포의 신호를 받는 부위)의 수가 늘어났고, 크기도 커지는 것을 확인했다. 전기 자극에 의해 시냅스의 구조가 바뀐 것이다. 연구진은 이 시냅스가 기억이 기록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강봉균 교수는 "기억을 저장하는 위치를 확인한 이번 연구 결과는 학습 능력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향후 기억과 관련된 퇴행성 정신 질환인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원인을 밝히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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