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린 이후 “금강산 관광을 가겠다”는 소박한 계획부터 개성공단 재가동의 기대감에 부푼 중소기업, 나아가 북한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사업 참여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남북경협 기대감이 회자되고 있다.
유엔의 대북 경제 제재가 풀려야 하는 전제에도 남북경협에 대한 관심이 벌써부터 높은 것은 우리가 처한 경제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우리 경제는 3% 성장률 달성을 목표로 할 정도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지 오래다. 고용·내수·투자에서도 이렇다 할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올 3월 실업률은 17년 만에 최고치인 4.5%를 나타냈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1.6%로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동차와 조선산업 구조조정으로 앞으로 고용여건은 더 악화할 전망이 우세하다. 그나마 반도체 호황으로 우리 경제를 지탱했던 수출도 지난달 18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서며 경고등이 켜졌다.
정부는 청년 취업난과 구조조정에 따른 지역 경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3조9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지난달 6일 국회에 제출했지만 4월 임시국회에서 논의조차 못했다. 이달 추경안 심사가 착수되지 못하면 6·13일 지방선거, 후반기 국회 원 구성 등 향후 정치일정을 고려할 때 처리가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 추경 집행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5일 군산, 통영 등이 고용·산업 위기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추경 처리가 안 돼 현지 실직자는 물론 협력업체와 소상공인을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은 공염불에 그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달 중 한미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잇따라 예고된 분위기에서 추경안은 국회는커녕 정부 내에서조차 주목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북한 관련 이벤트가 경제정책 이슈까지 삼키는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내각, 특히 내정을 다루는 부처들은 평상 업무를 차분하고 내실 있게 진행해야 한다”며 단속에 나설 정도다.
장기적으로 남북경협은 투자를 일으켜 일자리를 만드는 선순환으로 우리 경제에 새로운 희망 모멘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과도한 기대나 경계가 아닌 냉정함이 필요한 때다. 아직은 시간이 있는 만큼 경고등이 켜진 국내외 경제 이슈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경제 체력이 뒷받침돼야 나중에 기회가 왔을 때 남북경협에 더 큰 힘을 보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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