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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금감원 "명백한 분식회계" vs 삼성바이오로직스 "국제회계기준 충실히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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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주식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17% 급락했다.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했다’는 전날 금융당국의 발표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투매를 불렀다. 그 여파로 바이오와 삼성 관련주가 동반 하락하면서 이날 코스피 지수를 내림세로 이끌었다.

전날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 보유 지분을 ‘취득가액’이 아닌 ‘공정가액’(시장가)으로 평가해 회계 처리한 것은 회계 위반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해명을 듣는대로 금융위원회 정례회에 안건을 올릴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처리한 사안으로 문제가 없다”며 “금융당국이 분식회계 사실을 확정할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며 강력 반발했다.

◇ 분식회계 놓고 금감원-삼바 첨예한 대립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직전에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분류한 것이 회계기준을 위반한 것인지가 쟁점이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종속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인식해 자산과 이익을 부풀렸다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 보유 지분을 4조8000억원으로 평가하면서 단숨에 1조9000억원의 흑자 회사로 탈바꿈했다. 그 전해까지 만해도 4년 연속 적자 회사였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형 회계법인, 한국공인회계사회 등으로부터 수차례 감사를 받았지만 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 방식에 대해 문제가 제기된 적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충실히 반영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기업 가치가 증가, 합작파트너사인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지분법 회사로 회계처를 변경했다는 것이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바이오에피스의 이사회 구성원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이 동수로 구성하는 등 지배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봤다는 설명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도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상으로 했던 위탁감리는 일반적인 회계 현황 전반을 보는 심사감리라 금감원처럼 특정 이슈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지는 못했다”며 “다만 중요 사항들은 다 짚었기 때문에 당시 한공회에서 문제가 없다고 봤던 부분을 금감원에서 문제로 삼는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기준을 위반했다는 점이 받아들여지더라도 ‘고의성’이 있었는지 여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국회와 시민단체는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제일모직이 최대주주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 가치를 의도적으로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고의성’이 없을 경우 주의·경고 정도의 제재조치에 그칠 수 있지만, 만약 고의성이 확인될 경우 중과실로 분류돼 최대 위반금액의 20%가 과징금으로 부과된다.

◇ 고의적 분식회계 시 위반 금액의 20% 과징금...최악의 경우 상장폐지

이번 금감원 감리 결과는 최종 결론이 아니다. 추후 금융위원회 산하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를 통해 회계처리 기준 위반 사항과 제재 수위가 확정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관계회사 분류 변경 외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여러 건의 회계기준을 위반한 것이 확인됐다.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번 사건으로 거래정지, 심한 경우 상장폐지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원칙적으로 회계처리 위반 금액이 자본의 2.5%를 넘어가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돼 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사태의 심각성에 따라 상장폐지도 가능하다.

대규모 분식회계로 지난해 10월 말까지 1년 3개월간 거래가 정지된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사례다. 2016년 9월 한국거래소는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에 개선 기간 1년을 부여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상장폐지까지 갈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한국항공우주(047810)등 과거 분식회계에 연루됐던 기업도 건재하다.

다만 당분간 주가 반등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근희 KB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주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향후 금융위원회의 결정,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 여부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금융감독원이 1일 삼성의 핵심 바이오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 처리 기준을 위반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사진은 인천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에서 연구원이 의약품 생산 기기를 점검하는 모습. /삼성바이오로직스



◇ 美 나스닥 꿈꾸던 바이오에피스, 상장 차질 빚을까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로 순탄한 상장이 예상됐던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암초를 만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만 해도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를 공식화하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관계회사 지위를 유지, 회계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평가와 함께 상장도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바이오에피스는 지난 2015년 8월 골드만삭스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했으나 미국 바이오 시장의 침체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코스피 상장 등이 겹치면서 보류됐다. 최근 들어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에서 러브콜을 보내며 상장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았으나 이번 분식회계 논란에 또 한번 발목이 잡힌 것이다.



김유정 기자(ky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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