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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클릭 이사건] 관행으로 정한 퇴직시점도 취업규칙.. 사측의 일방적 공지는 불이익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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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날짜 없어 연말 적용.. 변경 땐 과반수 동의 얻어야


반도체업체인 A사는 정년을 맞은 근로자의 퇴직일을 '그해 12월 31일'로 보는 사내 관행이 있었다. 2009년 개정된 취업규칙에 정년퇴직과 관련해 '정년 57세가 됐을 경우 퇴직한다'는 내용만 있었지만 관례로 연말까지 근무를 한 것이다.

이에 따라 1995년부터 A사에서 퇴직한 근로자 12명 가운데 노조위원장 임기만료일에 퇴직한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만 57세가 되는 해의 12월 31일 퇴직했다.

그러나 2013년 11월 A사는 갑자기 전 직원을 상대로 '취업규칙 적용 관련 휴가 등 사용 안내' 문건을 보내 정년퇴직 시점은 '만 57세 도달 시'라는 내용을 공지했다. 이 때문에 생산직 노동자로 근무하던 구모씨 등 3명은 2015년 4월부터 2016년 5월까지 만 57세가 되던 날 정년퇴직 처리를 당했다.

구씨 등은 "관례상 퇴직 시점을 받아들이고 있었다면 사실상 취업 규칙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고칠 때는 동의를 얻는 등 불이익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근로기준법 제94조1항은 사측이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때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구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민사38부(박영재 부장판사)는 구씨 등 3명이 A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소송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사의 취업규칙은 '정년 57세가 됐을 경우 퇴직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정년퇴직 일자는 특정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A사 내부에서는 그 의미가 '정년이 됐을 경우 그해 말일에 퇴직한다'는 것으로 해석, 적용돼 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관행으로 이어진 퇴직 시점이 취업규칙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노동자가 57세 정년에 도달하는 경우 그해의 말일을 퇴직일로 보는 취업규칙이 존재했는데도 회사가 '만 57세 도달 시에 퇴직 조치한다'고 공지했다"며 "취업규칙 중 정년퇴직에 관한 조항의 해석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것은 기존의 정년 기간을 단축한 것으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근로관계는 해고 이후에도 근로관계 종료 사유 발생일(정년을 맞은 그해 12월 31일)까지 유효하다"며 "회사는 구씨 등에게 계속 근무했더라면 지급했을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2016년 1월 퇴직한 구씨에게는 2300여만원, 2015년 4월 퇴직한 김씨에게는 2000여만원, 2016년 5월 퇴직 후 사망한 이씨의 경우에는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13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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