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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린 회계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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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외부감사인 삼정·안진회계법인에 조치사전통지
바이오에피스 종속사서 관계사로 전환 놓고 의혹 확산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2일 장 시작과 함께 15% 이상 급락 출발했다.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상대로 1년여간의 특별감리를 진행한 결과 '분식회계' 혐의가 있다고 잠정 결론 내린 여파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과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논란에도 연루돼 있기 때문에 향후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회계처리 과정은 당시의 외부감사인이었던 국내 굴지의 두 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 판단을 받은 것이었다. 또 논란이 거듭되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전 한국공인회계사회도 감리를 벌였지만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었다. 그렇다면 그때는 맞았는데 왜 지금은 틀린 회계 판단이 된 것일까?

금융감독원은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특별감리 결과 회계처리 위반이 있던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외부감사인인 삼정ㆍ안진회계법인에 이 같은 내용의 '조치사전통시서'를 보냈다. 조치사전통지는 금감원 감리 결과 조치가 예상되는 경우 증권선물위원회에 감리안건 상정을 요청하기 전에 위반 사실과 예정된 조치 내용 등을 안내하는 절차다.

앞서 금감원은 상장 전 분식회계 논란이 일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대상으로 지난해 3월 특별감리에 착수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2011년 이후 4년간 연속 적자를 내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단숨에 1조 9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불거졌다. 2012년 미국의 바이오젠과 합작해 세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가치를 느닷없이 시장가격(공정가액)으로 평가해 4조8000억원으로 추산한 뒤 이를 회계장부에 반영한 결과다.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조치가 완결되지 않아 구체적인 위반 사실을 말할 수는 없지만 문제가 제기된 부분에 대해 조사한 결과 위반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면서 "현재로선 통보한 제재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로 판단했다. 그런데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유럽에서 신약 승인을 받은 뒤 관계회사로 바꿨다. 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종속회사가 관계회사로 전환될 경우 지분가치 평가를 장부가액이 아닌 시장가액으로 회계처리할 수 있다. 회계처리 방식을 바꾸면서 약 3000억원이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가치는 단숨에 4조8000억원으로 16배 이상 부풀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흑자를 기록한 이유다. 만약 회계처리 변경이 없었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시 2100억원대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참여연대는 추정했다.

그렇다면 회계처리 기준을 바꾼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2일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제외시킨 이유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성과가 가시화됨에 따라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의 보유한 콜옵션 대상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의 가치가 그 콜옵션 행사가격보다 현저히 큰 상태에 해당됐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실제 바이오젠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열렸던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실제 콜옵션 행사 의사를 직접 밝힌 바 있다"면서 "이러한 회계처리에 대하여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적정하다는 의견을 받은 바 있다"고 덧붙였다.

즉 2015년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의 91.2%를 보유했음에도 바이오젠이 지분을 '50%-1주'까지 취득할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했다는 설명이 된다.

감리 최종 결과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내리지만 이로 인한 여파는 작지 않을 전망이다. 참여연대 등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 거품 논란은 물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고평가했다고 지적하며, 이 같은 회계 변경이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차에 대한 공격을 하고 있는 엘리엇이 3년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에 대해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준비하는 것도 이 같은 의혹을 기초로 하고 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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