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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매경이 만난 사람] "북한 문 곧 열려…평양에 `조용기 심장병원` 건립도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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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60주년 맞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담임목사

매일경제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가 여의도 성전 예배당에서 지난 60년간의 교회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의 발전 과정은 폐허에서 번영을 일궈낸 우리 근대사와 너무나 흡사하다. 1958년 서울 은평구 대조동 천막에서 신도 다섯 명으로 출발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서대문 시대를 거쳐 지금의 여의도 시대를 열었다. 1968년 허허벌판이었던 여의도에 새로운 교회를 세울 때만 해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제 전체 등록 성도 수만 55만5000명(여의도 기준)에 이르는 거대한 교회로 성장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5월 18일로 창립 60주년을 맞는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60주년 슬로건을 '고난과 영광의 60년'으로 정했다. 2008년 담임목사직에 취임해 10년째를 맞은 이영훈 목사(63)를 여의도순복음교회 집무실에서 만났다.

―창립 60주년인데 감회가 어떤가.

▷돌이켜보면 모든 게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60년 전 조용기 원로목사님, 고 최자실 목사님과 함께 천막에서 시작한 교회가 성장해 다른 교회들의 롤모델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 감사합니다. 우리는 전형적인 서민 교회였습니다. 한국 사회의 '잘살아 보자'는 목표와 우리 교회의 긍정적 사상이 잘 맞아떨어져 오늘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60년 세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이었나.

▷1969년 우리 교회가 서대문에 있을 때 성도가 늘어나면서 여의도에 새로운 성전을 짓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그해 오일쇼크가 발발하면서 건축이 중단되는 등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모든 성도들이 힘을 모아 성전을 지었고, 여의도 성전은 결국 우리 교회를 세계적인 교회로 성장시켜 준 기폭제가 됐습니다.

―순복음교회라고 이름을 정한 이유는.

▷19세기 기독교 복음주의 '충만한 복음(Full Gospel)'에서 나온 말인데요. 성경의 진리 전체를 가감 없이 순수하게 받아들이자는 의미입니다. 일제강점기부터 선교사들이 쓴 용어이기도 합니다.

―힘겨운 일도 많았을 것 같은데.

▷급성장하면서 아무래도 견제 같은 게 있었겠죠. 1982년 예수교 장로회통합교단총회에서 "조용기 목사를 사이비에 준한다"는 결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10년 후 총회에서 결의가 해제됐는데 그 10년이 우리 교회에는 커다란 성숙의 기회가 됐습니다. 그 기간 내실을 다지고 순복음의 신앙과 신학을 제대로 정립할 수 있었습니다. 힘든 기간이었지만 교회에는 큰 자양분이 됐던 시기였습니다.

―'종교 위기'를 말하는 사람이 많다.

▷먹고사는 것이 문제였던 시대와 지금은 종교의 역할이 달라져야 합니다. 저는 오히려 지금이 종교의 위기가 아닌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과학 발달과 개인주의로 인간의 정신이 황폐해져 결국 종교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의 신앙이 절망에 처한 현대인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상처 입은 사람들의 영혼을 치유해줄 것입니다.

―순복음교회 신도 수는 늘고 있는지.

▷꾸준히 신도 수가 늘고 있습니다. 순복음의 열정적인 신앙 문화가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바탕으로 한 열정적인 선교가 좋은 결과를 내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개신교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분열입니다. 한국 교회는 세계 교회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지만 그 이면에는 분열이라는 아픔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교단이 너무 많다 보니 한국 교회는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권주의, 세속주의, 물량주의가 가져온 결과라고 봅니다. 이런 것들이 교회의 순수성을 타락시켰고 이 때문에 대중이 기독교를 불신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교단 통합에 관한 노력을 하고 계시는 것으로 아는데.

▷지금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일단 출범했습니다. 한국 교회의 95%가 참여하는 연합체입니다. 2019년쯤 되면 이 연합체가 법인체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단체가 더 힘을 가지고 한국 교회의 대표성을 가지는 데 도움을 줄 생각입니다. 이제 기독교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대형 교회가 할 수 있는 일과 작은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다를 것 같은데.

▷대형 교회도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다 작은 교회였습니다. 대형 교회와 작은 교회는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상부상조하는 관계입니다. 저희 교회도 다양한 방식으로 미자립 교회를 돕고 있습니다. 큰 교회는 크기에 맞게 대사회적 공헌을 해야 하고, 또 작은 교회는 나름대로 지역 사회를 위해 대형 교회가 하기 어려운 세밀한 사역을 담당해야 할 것입니다.

―순복음교회가 사회 봉사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해마다 교회 전체 예산의 3분의 1 정도인 연 350억원 상당을 구제와 선교, 사회공헌 사업에 쓰고 있습니다. 저희 교회는 외형은 크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저소득층 성도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을 위해 출산 장려금 지원 사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으로 2015년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1984년부터 시작한 심장병 어린이 무료 수술 지원 사업으로 현재까지 5000명이 넘는 어린이들에게 혜택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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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선교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안다.

▷북한 측과 '조용기 심장병원' 건립을 재개하기로 최근 합의했습니다. 60% 정도 공정이 진행되다가 천안함 폭침 이후 남북 관계 경색으로 중단됐는데 결실을 보게 돼 다행입니다. 평양 중심부에 연면적 2만여 ㎡, 지하 1층~지상 7층 총 260병상 규모로, 완공까지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 북한은 경제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온 것 같습니다. 북한의 문이 머지않아 열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으로 가장 우선돼야 하는 이슈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경제입니다. 경제가 곤두박질치면 그 정치는 실패한 것입니다. 정치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것이 경제입니다. 냉전시대에도 경제인은 이미 세계시장을 개척하고 있었습니다. 이념을 뛰어넘어 한국의 미래를 여는 사람은 경제인들입니다. 경제인을 위축시켜서는 안 됩니다.

―논란이 됐던 종교인 과세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신지.

▷기본적으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저희 교회는 종교인 과세가 이슈화하기 오래전인 1978년부터 전 직원이 갑종근로소득세를 자발적으로 납부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법인세 지방세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 납부액만도 연 20억원에 달합니다. 법이 정한 기준에 저촉되는 일이 없도록 회계감사도 매년 철저히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우려되는 게 있습니다. 종교인 과세가 종교를 억압하는 도구로 악용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헬조선 말하는 청소년 그래도 희망 살아있어 더 큰 가치 내다보기를

—어떻게 목회자의 길에 들어서게 됐나.

중학교 2학년 때 미국에서 온 오티스 키너 목사님이 부흥회를 인도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목사님이 눈물을 흘리시는 걸 보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목회자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교회일에 헌신했습니다. 별명이 이미 목사님 이었을 정도니까요.

—자주 떠올리는 성경 구절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 는 로마서 8장 28절을 가장 좋아합니다. 고난이 있어도 신앙 안에 거하면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풀어주셔서 고난도 축복으로 바꿔 주신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늘 이 말씀을 가슴에 담고 절대 긍정, 절대 감사의 신앙을 강조합니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두 분이 있습니다. 한 분은 조용기 원로목사님이고 다른 한 분은 성공회 사제이신 대천덕(루벤 아처 토리) 신부님입니다. 조 목사님에게서는 긍정의 힘과 성령의 역사를 배웠고, 대천덕 신부님에게서는 예수를 닮은 겸손과 온유의삶을 배웠습니다.

—요즘 사회적으로 미투 운동 이 일어나고 있는데.

일그러진 권력구조 속에서 이렇게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었구나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미투 운동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이 빠르게 바로잡혀 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습니다.

—청년들이 힘듭니다. 종교 지도자로서 한마디 한다면.

요즈음 청소년들이 헬조선 이라는 말을 합니다. 이러한 말이 나오는 세상을 만든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물질만능주의에 무너지면 안 됩니다. 돈이 있다고 해서 없던 희망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희망은 억지로 움켜쥐려고 할 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나누고 섬길 때 찾아오는 것입니다. 더 큰 가치를 내다보고 희망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순복음교회의 새로운 비전은.

이제 많은 경험과 지혜를 갖춘 성숙한 교회로서 하나님의 말씀과 사랑을 잘 전하고 나라와 민족을 위한 선한 사역을 할 것입니다. 늘 새로워지는 교회가 될 것입니다.

이영훈 담임목사는…

4대째 신앙을 지켜온 기독교 가정에서 1954년 태어났다. 할아버지를 따라 10세 때부터 순복음교회를 다녔다.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템플대에서 종교철학 박사를 받았다. 2008년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에 취임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을 지냈다.

[허연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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