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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나이키 ‘브로 컬처’에 제동 건 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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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미투(나도 고발한다)’ 운동으로 격변하고 있다. 최고 경영진이 줄줄이 물러났고 남성 중심의 사내 문화를 바꾸기 위한 움직임도 시작됐다. 미투 운동이 나이키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의 ‘브로 컬처(Bro Culture·남성 중심 문화)’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입수한 나이키 내부 실태 조사 보고서와 전현직 여성 직원 50여명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나이키 내 미투 운동과 그 변화를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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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나이키에서는 스트립 클럽에서 단체 회식을 하거나, 상사가 여성 직원의 특정 신체 부위를 언급한 이메일을 해당 직원에게 보내는 등의 성폭력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도 여성이 각종 회의에서 소외되거나 승진에서 밀려나는 등 차별도 있었다. 회사에 문제 제기를 하더라도 가해 직원이 처벌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사실도 확인됐다.

조사를 주도한 것은 미국 오리건주에 위치한 나이키 본사의 여성 직원들이었다. 일상적인 성폭력에 시달리던 이들은 올초 사내 성희롱 및 성폭력, 성차별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보고서는 지난 3월 나이키 최고 경영자(CEO)인 마크 파커에게 전달됐다. 이후 현재까지 최소 6명의 고위 간부가 떠났거나 퇴임을 앞두고 있다. 나이키 차기 최고경영자로 꼽히던 트레버 에드워즈 나이키 브랜드 담당 사장도 이에 포함됐다. 나이키는 또 재발 방지를 위해 인사 업무 전반에 대한 포괄적 검토에 착수했다. 내부 성폭력 보고 절차를 개정하고 관리자들의 관련 교육도 의무화했다.

현지 매체들은 나이키의 ‘브로 컬쳐’가 미투 운동과 충돌했다고 평가한다. 뉴욕타임스도 “나이키에서 여성들이 주도하는 혁명이 남성 간부들의 ‘엑소더스(이동)’를 이끌고 있다”며 “‘그냥 하라(Just do it!)’이라는 고무적인 구호를 외치는 세계적인 브랜드로서는 초라한 후퇴”라고 했다.

남성 중심 문화가 문제가 된 글로벌 기업은 나이키만이 아니다. 지난 2월 구글의 전직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로레타 리가 재직 당시 남성 직원들로부터 성희롱·차별를 당했다며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리는 소장에서 “문제 제기를 했다 부당 해고까지 당했다”며 “구글의 브로 컬처는 여성에 대한 일상적인 성폭력을 의미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세계 최대 차량 공유서비스 업체 우버의 전직 엔지니어가 사내 성폭력을 폭로해 가해 직원 20여명이 해고되고 최고 경영자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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