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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아시아초대석]김용환 전 회장, 떠나며 금융당국에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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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금융사 전방위적 관리감독 강화
적극적 도전의지 발목·발전기회 실종
동남아 진출 독려는커녕 현미경 규제

아시아경제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김용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금융당국, 공기관, 민간 금융사 등의 금융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섭렵한 금융 전문가다. 금융권에서 이만한 커리어를 가진 인사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그가 지난해 문재인 정부 들어 금융위원장 후보로 거론됐던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런 그가 금융권을 떠났다. 아직 금융권 발전을 위해 그가 할 일은 많기에 잠시 일 뿐 곧 현장에 돌아올 것으로 예측하는 인사들이 많기는 하다.

하지만 그는 이제 한발짝 뒤에서 금융권을 바라보려고 한다. 그것도 애정 어린 비판적인 시각에서다. 김 전 회장은 특히 금융당국의 금융권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그는 "최근 정부 당국이 금융을 산업으로 보지 않고 규제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전 회장은 "금융사들이 시장의 '룰'을 지키도록 유도하는 것은 좋다"면서 "룰을 지키라고 하는 이유는 고객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고, 그 외의 부분은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룰을 지키면서도 금융산업 자체는 키워야 하는데 정부 당국이 다소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최근 당국이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전방위적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는 분위기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김 전 회장은 금융사들이 당국 눈치를 보느라 모험적인 시도나 적극적인 사업 확장을 자제한다면 자칫 미래 발전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제조업만 키워야 할 산업이 아니다"며 "각 회사들이 열심히 하는 부분을 당국은 지원하고 제도로 보완만 해주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 당국이 해야 할 일은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을 도와주는 것"이라며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민간은행들과 손잡고 같이 해외로 진출하는 큰 그림을 그릴 시기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동남아 진출이 말이 쉽지 시중은행들이 '각개 전투'로는 어려울 것"이라며 "동남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당국이 발 벗고 나서야 하는데 국내서 오로지 현미경으로 보면서 규제만 하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동남아 국가들의 불만을 눈 여겨 봐야 한다"며 "그들의 가장 큰 불만은 일본, 중국계 자본이 SOC투자에 들어오면서 자국 기업들을 데리고 와서 자기들 장사만 해 먹고 간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현지 국가에 도움을 주면서도 우리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윈-윈(Win-Win)'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 동남아 진출 성공의 핵심 키"라면서 "당국은 지금 다른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라 국내 금융사들의 이런 고민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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