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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보수단체의 대명사 ‘자유총연맹’ 수장들의 흑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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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 정밀분석] 청와대와 최(最)지근거리, 정권 부침 따라 운명 엇갈리는 “회장님, 총재님!”

임기 3년이지만 5년 새 세 명 낙마, 끊이질 않는 ‘코드인사’ 시비…文 대통령 ‘절친’ 박종환 전 충북경찰청장 신임 회장에 선임돼 주목

한국자유총연맹이 또 술렁인다. 전임 회장이 임기를 1년 남겨둔 채 사퇴한 데 이어 후임 회장 선출과 관련해 ‘코드인사’ 논란이 인다. 1954년 아시아민족반공연맹으로 출범한 자유총연맹은 350만 회원을 거느린 국내 최대 보수단체다. 진보·보수를 불문하고 역대 정권에서 자유총연맹 회장 선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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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제17대 한국자유총연맹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박종환 전 충북경찰청장이 회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다. / 사진:한국자유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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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뀌고 나서 취임한 회장만 3년 임기를 채울 수 있어요. 임기를 채우지 못 한 상황에서 정권이 바뀌면 ‘저는 집에 갈게요. 어서 후임자 찾으시죠’라고 청와대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현명한 일일 겁니다.”

자유총연맹에서 오랫동안 몸담았던 한 인사의 말이다. 이 인사는 얼마 전 자유총연맹을 떠났고 현재는 개인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그의 말처럼 최근 5년 새 자유총연맹 총재는 세 명이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형식은 자진사퇴가 대부분이었지만 실제로는 정권에 의해 경질된 것으로 많은 사람은 알고 있다.

MB(이명박 전 대통령) 정권 출범 1년 후인 2009년 3월 제 11대 회장에 취임한 박창달 전 회장은 2012년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듬해 6월 전격 사퇴했다. 박 전 회장은 이사회에서 “새 정부가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지금이 물러날 적기라고 판단했다”며 사퇴의 뜻을 전했다. 당시 자유총연맹 안팎에서는 “(박창달 전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MB 혐오증’ 유탄을 맞은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박 전 회장은 3선 의원 출신의 베테랑 정치인이다. 그는 15대 총선 한나라당 경북선거대책본부장, 16대 총선 중앙당 선거대책위 상황실장 등 조직 전문가로서 몸집을 키워왔다. 2007년 대선 때는 유세총괄 부단장을 맡으며 외곽 조직인 ‘국민성공실천연합’을 이끌기도 했다. MB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분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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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에 위치한 자유센터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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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은 뼛속까지 MB맨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는 그런 박 전 회장이 눈에 거슬렸을 것”이라며 “박 전 회장이 옷을 벗은 뒤 후임 회장 선임을 위해 청와대에서 움직인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정권의 ‘입김’에 어지간하면 반응하지 않는 자유총연맹이지만 박 전 회장의 후임 회장 선출과 관련해서는 공개적으로 반발한 적이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 지회장(대의원)으로 구성된 자유총연맹 서울시 지회장협의회가 제14대 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김명환 회장을 상대로 공개질의에 나선 것이다.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에 청와대 행정관이 개입한 의혹과 관련해서다.

김명환·허준영은 1년, 김경재는 2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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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7월 4일 청와대에서 자유총연맹 회장단과 오찬을 함께했다. 김경재 자유총연맹 중앙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인사하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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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회장협의회는 2013년 9월 4일 공개질의문을 발표하고 “8월 20일 있었던 제14대 중앙회장 선거에서 후보 사퇴를 종용하는 등 각종 불법 행위가 있었다”며 “김명환 당선자는 의혹에 대해 서울시 지회장협의회에 해명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회장협의회 측이 김 회장의 해명을 요구한 의혹은 ▷사무총장의 조직을 통한 사전 불법 선거운동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타 후보의 사퇴 강요 ▷특정 지역 금품 지원 ▷청와대 낙점설 유포 등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에 청와대 행정관이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정감사를 통해 청와대의 부당한 인사 개입과 외압 행사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자유총연맹 사상 최초로 경선을 통해 회장에 선출된, 청와대 지원을 받았던 김 전 회장이었지만 단명에 그쳤다. 취임 1년 만인 2014년 8월 해임된 것이다. 자유총연맹은 8월 21일 이사회를 열고 김 전 회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찬성 33명, 기권 7명, 반대 0명이었다.

제24대 해병대 사령관 출신인 김 전 회장이 불명예 퇴진한 데는 금품수수 의혹이 직접적 원인이었다. 김 전 회장은 자유총연맹이 대주주인 한전산업개발에 자리를 마련해주는 조건으로 금품을 수수한 의혹 등을 받았다.

자유총연맹 간부 출신 인사의 말이다. “표면적으로야 김 전 회장이 부당한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 경질의 이유였죠. 하지만 김 전 회장이 낙마한 데 정치적인 힘이 작용했다는 말이 파다했어요. 청와대에서 밀어서 최대 보수 단체 수장으로 앉혔는데 막상 자리에 오르고 난 뒤 역할이 미미했다는 겁니다.”

김 전 회장이 낙마하자 자유총연맹은 다시 새 수장 모시기에 나섰다. 보궐선거는 2015년 2월 25일 치러졌다. 선거에는 허준영 전 경찰청장, 이동복 전 의원 등이 나섰다. 이 전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중앙정보부 국장 출신으로 청와대에서 ‘미는’ 인물로 알려졌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투표에 참가한 대의원 371명 중 181명이 허 전 청장에게 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허 전 청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관계가 껄끄러웠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친분이 두터웠다.

잔여 임기 1년 재직 후 연임을 노렸던 허 전 회장은 회장 선출 방식과 관련해 청와대의 의중과 맞서기도 했다. 자유총연맹의 감독기관인 행정자치부가 나서 ‘직선제’ 회장 선출 방식을 ‘추천제’로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허 전 회장은 전체 이사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직선제’를 유지시켰다. 행안부에서는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했지만 허 전 회장은 연임에 대한 강한 의욕을 비쳤다.

“일반인도 알 만한 유명한 사람이 회장 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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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유총연맹 회장을 지냈던 인사들. 왼쪽부터 박창달·김명환·허준영·김경재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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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한때 DJ(김대중 전 대통령) 가신(家臣)으로 불렸던 김경재 전 의원이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에 나섰다. 김 전 의원은 선거 직전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의 낙점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과 뜻을 같이한다. 나머지는 여러분이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2016년 2월 25일 대의원 459명 중 368명이 참가한 선거에서 205표(55.7%)를 얻어 허준영 전 회장(163표)을 42표차로 눌렀다. 선거 한 달여 후 ‘용산 개발사업’ 과정에서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허 전 청장은 크게 반발하며 배후로 청와대를 지목했다.

허 전 회장은 “저를 낙선시키고 자유총연맹 회장이 된 김경재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찍은 사람이 아닌 제가 지난번 회장에 당선됐을 때 대통령한테 김기춘 비서실장이 혼났다’는 말까지 공공연히 했다”며 김 전 회장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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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만고 끝에 회장직에 올랐지만 김 전 회장도 임기를 다 채우진 못 했다. 배임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 전 회장은 2월 27일 2018년도 정기총회에 참석해 3월 초 사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임기가 1년이나 남아 있었지만 김 전 회장은 3월 6일 지휘봉을 반납했다.

자유총연맹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은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이후부터 자리에서 내려오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다만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갑자기 사임할 것은 예상하지 못 했다”고 전했다.

김 전 회장은 2016년 3월부터 2017년 1월까지 법인카드로 유흥주점을 이용, 연맹 예산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자유총연맹이 최대 주주로 있는 한전산업개발 사장직 등 임직원 채용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김 전 회장은 2016년 2월 초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을 당시 “나는 친노(친 노무현)에 의해 팽(烹)당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회장에 당선된 이후로도 김 전 회장은 친노 진영과 각을 세워왔다.

그는 2016년 11월과 지난해 2월 보수단체 집회에서 “2006년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8000억원을 걷었고, 이해찬 전 총리가 이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과 이 전 총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김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구여권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은 DJ맨 출신이긴 하지만 적어도 박근혜 정권 이후로는 보수 진영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해 온 사람 아니냐”면서 “정권 일각에서는 김 전 회장의 남은 임기 1년이 너무 길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전 회장의 후임인 제17대 중앙회장에 박종환(65) 전 충북경찰청장이 선임됐다. 자유총연맹은 4월 13일 서울 중구 남산 자유센터에서 2018년도 임시총회를 열고 박 전 청장을 새 회장으로 추대했다.

자유총연맹 회장은 모집공고 후 입후보자를 추천하고, 이사회와 대의원회의의 승인을 받는 형식을 통해 선출된다. 1차로 연맹 관계자와 외부 법률가 등 11명으로 구성되는 총재(회장)추천위원회가 열리면 이들은 모집공고에 지원한 입후보자 1명을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 추천한다.

충주 출신인 박 회장은 경희대 법학과 72학번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친구 사이다. 박 회장은 사석에서 문 대통령에게 반말을 할 만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박 회장은 2008년 치안감으로 재직할 당시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경찰 현안 과제 4가지를 제언했다. 해당 내용은 2017년 문재인 대선후보의 10대 공약집에 담겨 주목받았다. 자치경찰제 도입, 경찰위원회 역할 강화, 수사권 조정 방안 등의 내용이다.

코드만 맞으면 청와대와 핫라인도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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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이 2011년 8월 25일 서울 남산 자유센터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박진 의원, 박세환 재향군인회장, 이인수 유족 대표, 이홍구 전 총리, 박희태 국회의장, 박창달 자유총연맹 회장, 최호중·안응모 전 회장, 이동호 전 내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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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의 선출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자유총연맹 안팎에서는 김 전 회장 사퇴 직후부터 ‘박종환 내정설’이 확산됐다. 박 회장은 3월 14일 서울 을지로의 한 식당에서 자유총연맹 전국 시·도 지부회장들과 만나기도 했다. 시·도 지부회장은 자유총연맹의 실세들이자 지역 조직의 리더들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이세창 회장 권한대행은 4월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절친이 신임 총재로 내정돼 있고 연맹 임직원들이 그와 회동했음이 언론에 보도돼 연맹의 도덕적 기강 해이를 질타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총연맹 출신 정치권 관계자는 “자유총연맹 회장직은 일반인이 관심 가질 수 있는 유명인이 맡는 게 좋다. 회장이 한마디했을 때 사람들이 쳐다봐야 말발이 먹히지 않겠느냐”며 “현 정권 같으면 총리를 지냈던 한명숙씨 같은 사람이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축구 감독이 아닌 자유총연맹 회장 박종환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최대 보수단체의 수장답게 자유총연맹 회장은 청와대와 핫라인을 구축하기도 한다. 물론 정권과 코드가 맞아야 가능한 일이다.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자유총연맹과의 청와대 내 공식 창구는 정무 파트다. 그런데 (자유총연맹 회장의) 능력에 따라 청와대 비서실장과 직접 접촉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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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수정안 지지 범국민대회’가 2010년 1월 19일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렸다. 자유총연맹 회원 1만5000여 명이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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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권을 돌아보면 실제로 그런 사례들이 더러 있었다. 2011년 6월 15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박창달 회장을 비롯해 자유총연맹 관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명목상으로는 자유총연맹 창립 57주년 기념이었지만 실제로는 박 회장의 노고를 치하하는 자리였다는 게 당시 자유총연맹에 몸담고 있던 관계자의 전언이다.

“대통령과 박 회장이 워낙 돈독했잖아요? 그래서인지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쯤 늦게 두 분이 오찬장으로 나오시더라고요. 다들 굉장히 놀랐죠. ‘대통령과 얼마나 가까우면 저렇 게 오랫동안 대화를 나눴을까’ 이런 눈치들이었죠. 오찬 후 남산으로 돌아오는 내내 박 회장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더라고요.”

자유총연맹 수장의 공식 직함은 중앙회장이다. 17개 시·도 지부의 책임자들은 회장이다. 중앙회장과 지부회장들이 만나면 서로 “회장님”이라고 부른다. 자유총연맹 출신 관계자는 “MB 정부 초기까지만 해도 중앙회장은 총재라고 불렀다. 그런데 MB 정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으로 모 부처 차관까지 지냈던 인사가 ‘총재라는 명칭은 권위적이니 중앙회장으로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명칭이 변경됐다”며 “그러나 지금도 내부적으로는 ‘회장님’이라는 명칭보다 ‘총재님’이 더 많이 쓰인다. 회장들도 총재로 불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자유총연맹 회원은 최대 350만 명에 이른다. 10여 년 전만 해도 100만 회원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그 수가 세 배 이상 늘었다. 더구나 전국 각지에 지부·지회가 있을 만큼 그물망 조직을 자랑한다. 자유총연맹이 정부를 지원사격 하는 관제 데모를 주도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유총연맹은 고비마다 관제데모를 주도함으로써 정권을 옹위해 왔다.

자유총연맹 출신 관계자의 말이다. “MB 정권 3년차인 2010년에 4대강사업 반대 여론이 거셌어요. 종교계까지 나서 반대했으니까요. 정권 내부적으로도 ‘종교계까지 저렇게 반대하면 4대강은 물 건너가겠구나’라는 인식이 확산됐죠.”

실제 그랬다. 천주교에 이어 불교계를 대표하는 조계종 중앙종회도 4대강사업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4대강사업 찬반, 6·2 지방선거와 연계한 사실상의 낙선운동, 서명운동 방식까지 제시되는 등 반대 강도도 높아졌다. 도보 순례, 기도회 등 구체적 행위도 잇따랐다.

30만 핵심 회원은 특공대, 못할 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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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6월 자유총연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여야 3당 대표. 왼쪽부터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장, 박근혜 한나라당, 한화갑 새천년민주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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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감을 느낀 자유총연맹은 그해 10월 1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한 범종교인 대회’를 열었다. ‘강이 살아야 사람이 산다’는 주제로 열린 범종교인 대회에는 불교·기독교·민족종교·민족도교·이슬람교 등 121개 종단과 교단에서 종교지도자 및 종교인 1만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자유총연맹은 북한 3대 세습에 침묵하는 종북좌파 세력을 규탄하고, 주요 20개국(G20) 성공 개최 및 4대강사업에 대한 온 국민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행사를 주관했던 한 인사의 회고다. “기존의 천주교나 불교 조계종 등에 비하면 세가 약한 종교들이 대부분이었죠. 그렇지만 같은 종교인데 시비를 걸 수 있나요? 그 집회 이후 4대강사업 반대 기류가 누그러졌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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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2004년 2월 1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자유총연맹 임원 초청 오찬에서 권정달 총재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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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총연맹이 정부의 창(槍) 역할을 할 때도 있다. 민감한 외교 문제의 경우 정부가 나서기 곤란할 때가 많다. 그런 경우 자유총연맹이 팔을 걷어붙인다. 정부는 “국내 사정이 안 좋아서 그렇다”며 상대국에 양해를 구할 수 있다.

2011년 12월 12일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단속하던 해경 특공대원이 중국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국민적 분노가 거세졌다. 그렇다고 정부가 직접 중국을 비판하기는 어려웠다.

이때 선봉을 자처한 이들이 보수단체들이다. 어버이연합은 12월 14일 서울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중국 정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이들은 ‘불법 조업, 살인 해적질 반복하는 중국’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오성홍기를 칼로 찢어 바닥에 펼친 뒤 계란을 던지는 퍼포먼스도 펼쳤다.

자유총연맹도 중국대사관 앞에서 스티로폼으로 만든 중국 어선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박창달 회장은 “중국 어선들이 대한민국 영해상에서 불법 조업을 일삼고 그것도 모자라 단속 중인 우리 해양경찰관을 흉기로 찔러 무참히 살해한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야만적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총연맹 출신 한국당 관계자는 “대한민국에 보수단체가 많다고는 하지만 자유총연맹만한 곳은 없다. 전국 17개 시·도는 물론이고 시·군까지 자유총연맹 조직이 없는 곳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의 말이 이어진다. “몇 년 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한 자유총연맹 회원의 휴대전화 번호 개수가 80만 개였다. 지금 350만 회원이라고 주장하는데,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0만 명은 될 것이다. 특공대(핵심 회원) 30만 명을 비롯해 100만 명이 움직이면 대한민국에서 못 할 일이 없다.”

자유총연맹은 중앙회장을 정점으로 전국 17개 시·도 지부회장이 포진하고 있다. 업무추진비가 제공되는 중앙회장과 달리 지부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이다. 그럼에도 지역에서 이름깨나 있다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자유총연맹 지부회장직에 도전한다.

시·도 지부회장, 자기 돈 써가며 서로 하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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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4월 4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시민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자유총연맹이 북한이 한국형 경수로를 수용할 것을 촉구하는 시민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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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뭘까. 자유총연맹 지부회장은 말 그대로 그 지역 유지다. 도시든 시골이든 그 지역에서 선거에 출마하려는 입지자(立志者)가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이 자유총연맹 지부회장이다. 또 시장이나 군수가 행사 때 단골손님으로 초대하는 이가 자유총연맹 지부회장이다. 지부회장이 되면 자연스레 입지가 격상된다.

지부회장의 밑에는 시·군 지회장이 있고, 그 밑에는 회원이 있다. 정당의 권리당원에 비유되는 핵심 회원만 3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자유총연맹 관계자는 추산한다.

자유총연맹 출신 정치권 관계자는 “지부회장을 맡으면 연간 1억원 안팎의 사비가 들어간다. 기본적으로 지부 소속 직원들의 급여는 지부회장이 줘야 하기 때문”이라며 “거액을 써야 하지만 지역에 가보면 서로 회장직을 하려고 경쟁한다. 자유총연맹 지부회장으로서 누리는 지위가 그만큼 작지 않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자유총연맹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또 다른 인사는 자유총연맹의 태생적 한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자유총연맹 창립 목적이 사실상 정권 옹위에 있지 않나? 그러니 진보든 보수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중앙회장이 낙마하고 휘둘릴 수밖에. 그렇다고 없애기는 아깝지. 자유총연맹만큼 전국적 뿌리와 조직을 갖춘 조직은 없으니까. 잘만 활용할 수 있다면 이만한 조직이 어디 있겠나?”

[박스기사] 연맹 소유 한전산업개발도 ‘우왕좌왕’ - 정권 바뀌면 중앙회장과 함께 대표이사 자리 내놓아야 하는 운명공동체… 자유총연맹 최대 지분 보유, 한때 회장에게 월 1000만원 활동비 제공도


한전산업개발은 자유총연맹의 ‘돈줄’이다. 2011년부터 5년간 자유총연맹이 한전산업개발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약 80억원에 이른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한전산업개발은 자유총연맹 중앙회장에게 기타비상무이사 자격으로 월 100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했다.

비영리 민간사단법인인 자유총연맹은 한전산업개발의 최대 주주다. 이 회사는 1990년 한전이 100% 출자해 만들었다. 발전설비 운전·정비 사업과 전기요금 청구서 송달, 전기계기 검침 업무를 맡았다. 한전에서 일감을 받아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했다. 2016년 기준 전체 직원은 3908명, 연 매출은 3242억원으로 집계된다.

2002년 말 김대중 정부는 한전산업개발 민영화를 추진했다. 자유총연맹이 월남참전전우회·전북도시가스 등을 제치고 한전산업개발의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03년 자유총연맹은 한전산업개발의 지분 51%를 707억원에 인수했다. 자유총연맹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돈은 인수대금의 1%도 안 되는 6억6000만원뿐이었다. 한전산업개발 거래업체에서 받은 판매보증금 210억원을 포함해 은행 담보대출 등으로 인수대금을 마련했다. 이후 자유총연맹은 매년 20억~40억원가량의 배당금을 받아왔다.

자유총연맹이 대주주로 올라선 뒤 한전산업개발에는 정치권의 입김이 거세졌다. 이사회는 자유총연맹 몫이 5명, 한전 몫이 4명으로 구성됐으나 2대 주주인 한전의 견제는 미미하다. 한전산업개발 사장의 임기는 3년이지만 자유총연맹 회장 바뀔 때마다 자리를 내놓곤 했다.

2014년 8월에는 김명환 회장이 한전산업개발 사장 자리를 놓고 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경질됐다. 2013년 3월에는 김영한 전 한전산업개발 사장이 회사 매각 협상 과정에서 박창달 당시 회장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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