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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美, 티베트 문제 거론하며 무역마찰 中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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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판첸 라마의 생일 축하”

국무부, 23년 전 실종사건 거론

“中, 탄압 중단 국제 합의 지켜야”

‘하나의 중국’ 기조에 거리 두기
한국일보

미국 국무부가 23년 사라진 티베트 불교의 2인자 판첸라마로 지명됐다가 실종된 겐툰 치에키 니마의 29번째 생일에 맞춰 낸 논평 자료. 미 국무부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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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 실종될 당시 6살 꼬마 판첸 라마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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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판첸 라마’의 생일을 기념하며.”

미 국무부는 지난 25일(현지시간) 헤더 나워트 대변인 명의로 특별한 논평을 발표했다. 23년 전 중국 정부에 의해 실종된 티베트 불교 2인자 판첸 라마, 겐툰 치에키 니마(29)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내용이었다. 미 국무부까지 나서 그의 생일을 챙기는 배경에는, 치에키 니마란 인물이 티베트 분리 독립 운동을 저지하는 중국 정부에게 아킬레스건이기 때문이다.

국무부는 논평에서 “치에키 니마는 중국 정부에 의해 20여 년 전 사라졌다”며 중국 책임론을 분명히 못 박았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이 티베트의 종교, 언어, 문화 정체성을 제거하고, 티베트인들이 숭배하는 수도원을 파괴하는 행동을 지속하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즉각 치에키 니마를 풀어주고, 모든 티베트인들 종교의 자유를 증진시키는 국제적 합의를 준수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의 언급은 티베트와 홍콩, 대만 등의 독립을 불허하는 중국의 중요한 통치 전략인 ‘하나의 중국’기조와는 거리가 있다. 중국 정부는 1951년 군대를 동원해 티베트를 합병한 뒤, 달라이라마와 티베트인들의 독립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이 최근 무역 마찰 등으로 신 냉전 우려까지 나왔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판첸 라마 실종 사건을 지속적으로 거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티베트 문제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협상에 임할 때 압박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치에키 니마는 1995년 5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14대 달라이라마 텐진 가초(83)로부터 11대 판첸 라마 ‘환생자’로 지명됐다. 그의 나이 6살 때였다. 그러나 후계자로 낙점된 지 3일 만에 치에키 니마는 감쪽같이 세상에서 사라졌고, 중국 정부가 치에키 니마와 그의 가족들을 가택 연금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중국 정부는 공산당 당원 집안 출신인 기알첸 노로부(28)를 11대 판첸 라마로 직접 세웠다. 치에키 니마는 2015년 생존 사실이 확인됐는데,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중국이 판첸 라마에 집착하는 데는 실제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매우 막강하기 때문이다. 판첸 라마는 달라이 라마에 이어 서열 2위로, 달라이 라마 부재 시 최고 지도자 권한대행으로서 역할을 한다. 특히 달라이 라마가 열반하면 그가 환생한 것으로 여겨지는 소년이 후임 달라이 라마로 선정되는데, 이 후임자가 성장해 종교 지도자 역할을 수행할 때까지 판첸 라마가 실권을 갖게 된다. 판첸 라마를 독자적으로 선정함으로써 달라이 라마 후계자 작업도 장악하려는 게 중국 정부의 포석인 셈이다.

이에 달라이 라마 측과 티베트인들은 기알첸 노로부에 대해 ‘어용 판첸라마’라며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달라이 라마 역시 중국 정부의 속셈을 간파한 듯 후계자 전통을 끝내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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