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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42년 된 미국판 '살인의 추억' 범인 잡고보니 전직 경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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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간 살인 12건·강간 45건… 범죄 저지른 동네서 버젓이 생활

12건의 연쇄 살인과 최소 45건의 강간을 저지른 미국 최악의 장기 미제사건 범인 '골든스테이트 살인마'가 42년 만에 검거됐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와 지역 언론 '새크라멘토비' 등이 25일(현지 시각) 일제히 보도했다.

'미국판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은 조셉 제임스 드앤젤로(72)라는 전직 경찰관이었다. 자신이 범죄로 공포에 몰아넣었던 캘리포니아 한복판 새크라멘토에 살고 있었다. 1976~86년 캘리포니아 일대에서 그가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범죄는 살인 12건, 강간 45건, 가택침입 120건 등이다. 범죄로 얻은 별명은 '골든스테이트(캘리포니아의 별명) 살인마' '오리지널 나이트 스토커'등 수없이 많다.

드앤젤로의 첫 범행은 1976년 6월 저지른 강간이었다. 살인은 1978년 2월 한 주부를 강간하고 죽인 것을 시작으로 1986년까지 총 12명을 연쇄 살해했다. 범행이 집중된 1977년에는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나를 붙잡지 못할 것"이라며 조롱하는가 하면, 지역 언론에 '흥분의 갈망'이라는 제목의 시(詩)를 써서 보내기도 했다. 그는 심지어 1973~79년에는 경찰로 일했다. 드앤젤로의 범행은 1986년 18세 소녀를 강간·살해한 것으로 끝났다.

'골든스테이트 살인마'는 수십년간 수사기관들의 집중 수사 대상이었지만 사건은 미궁 속에 있었다. 범죄사건 전문 작가인 미셸 맥나마라는 2006년부터 2016년 숨질 때까지 '골든스테이트 살인마'를 쫓으며 남긴 기록을 통해 '어둠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미궁에 빠졌던 수사는 2016년 6월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재수사 결정으로 활기를 띠었다. FBI는 웹사이트를 통해 제보를 받으며 5만달러(약 5400만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용의자로 지목된 드앤젤로가 흘린 유전자(DNA) 증거를 주워 모은 끝에 그의 혐의를 입증했고, 지난 24일(현지 시각) 새크라멘토 근교에서 드앤젤로를 체포했다. 그는 1990년부터 식료품점 직원으로 일해 왔으며, 지난해 은퇴해 손녀딸과 함께 살고 있었다.

앤 마리 슈버트 새크라멘토 검사는 25일 기자회견에서 "수사는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 같았다"며 "바늘이 바로 이곳, 새크라멘토에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40년 넘게 수많은 피해자가 갈구한 정의가 이제야 이뤄졌다"고 했다.

[정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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