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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김정은, 유커 희생자 전송하며 “속죄” 파격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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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열차 배정하고 역 나가 배웅

남북·북미 회담 앞두고 중국 챙겨

중앙일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중국인 부상자를 위로하고 후송 전용열차를 전송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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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 중국인 관광객 사망사고에 대해 중국에 “속죄한다”는 표현을 쓰며 몸을 낮췄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6일 김 위원장이 전날 시신과 부상자를 후송하기 위해 전용열차 편성을 지시했으며, 그날 밤 평양역에 직접 나가 전송했다고 전했다. 침울한 표정의 김 위원장이 열차 안에서 부상자들 손을 잡고 위로하는 사진도 공개했다.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목전에 둔 김 위원장이 회담 직전까지 중국을 신경쓰는 모양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위문 전문과 위문금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전문은 “중국 동지들에게 그 어떤 말과 위로나 보상으로도 가실 수 없는 아픔을 준 데 대하여 깊이 속죄한다”는 내용이다. 김 위원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봉주 총리가 공동으로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에게 보내는 형식을 취했다. 북한 지도부가 총출동해 사죄한 것이다. 북한은 이 소식과 사진, 전문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노동신문 1면에도 게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이 대사에게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절히 느끼고 있다”며 “이번 중대사고 조사와 처리를 엄격히 하며 재발을 철저히 막기 위한 강력한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사고가 발생한 22일 뒤부터 연이어 파격적인 사죄 행보를 보여 왔다. 23일 오전 6시30분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을 찾아 리진쥔(李進軍) 대사에게 위로의 뜻을 밝혔고, 같은 날 저녁엔 병원을 찾아 부상자들의 치료 상황을 살펴봤다. 당시 김 위원장은 이 대사에게 “후속 조치들을 최대의 성의를 다하여 취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25일 전용열차 편성과 배웅을 통해 후속 조치를 직접 행동으로 옮긴 셈이다.

김 위원장의 이런 적극성의 배경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 말~6월 초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 밀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기동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까지는 중국이라는 안전판을 놓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중국의 지원이 필요한 만큼 북·중 밀착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사고 수습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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