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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필리핀 ‘가사도우미 구출 작전’에 쿠웨이트 ‘발끈’…대사 추방 맞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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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부터 학대 문제로 다퉈

쿠웨이트 정부가 필리핀 대사를 추방했다. 가사도우미 학대 문제로 불거진 양국 갈등이 외교 충돌로 비화했다.

쿠웨이트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쿠웨이트 정부는 레나토 빌라 주쿠웨이트 필리핀 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선언하고, 1주일 내에 출국할 것을 명령했다. 또 필리핀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기로 했다.

필리핀 외교부가 쿠웨이트 현지에 인력을 파견해 지난 7일부터 학대받는 자국 가사도우미들을 탈출시키는 작전을 펼치면서 양국은 갈등을 빚었다. 필리핀 매체들은 2주 동안 필리핀 가사도우미 26명을 구했다고 보도했다. ‘사막의 구출’이라는 작전명까지 붙였다. 필리핀 대사관 직원들이 가사도우미 탈출을 돕는 장면이 찍힌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널리 퍼졌다.

쿠웨이트 당국은 발끈했다. 명백한 주권침해라는 것이다. 알란 피터 카예타노 필리핀 외교장관이 나서 사과했지만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고, 결국 대사 추방으로 이어졌다.

양국은 올해 초부터 가사도우미 학대 문제로 다퉈왔다. 지난 1월 필리핀 당국은 쿠웨이트에 노동자 신규 파견을 잠정 중단했다. 자국 가사도우미들이 쿠웨이트 고용주에게 성적학대를 당하다 자살하는 사건이 잇달아 벌어졌다며 엄중한 조사와 해명을 요구했다. 한 달 후 문제는 더 커졌다.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살해당한 지 1년 넘게 방치되었다가 아파트 냉동고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필리핀 정부는 쿠웨이트 노동자 파견을 전면 금지했다. 무료 전세기를 보내 이미 나가 있는 노동자들을 데려오기까지 했다.

쿠웨이트가 자국 대사를 추방하기로 결정하자 필리핀 외교부는 “혼란스럽고 모순적인 조치”라며 쿠웨이트 대사를 소환해 경위를 따져 묻겠다고 밝혔다. 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재 쿠웨이트에서 일하는 필리핀 국민은 25만명가량이다. 그중 17만명이 가사도우미로 일하고 있다.

<심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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