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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최소 수개월’ 인증 까다로운 디젤차…국산과 수입 불균형도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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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부터 도입한 새 배출가스 및 연비 측정 제도에 따라 디젤차 인증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측정 제도에 실주행 조건이 더해지면서 인증 자체가 까다로워진 것이다. 게다가 수입차와 국산차의 인증에 걸리는 시간도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수입차 업계의 경우 전략 차종을 출시할 때 인증이 수개월 소요되는 디젤 차종을 제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의 연비측정은 유럽 NEDC(New European Driving Cycle)를 따르고 있었다. 이 방식은 주행패턴이 단순해 배출가스 측정값이 실주행과 차이가 있었고, 임의설정(조작)이 쉽다는 단점이 지적됐다. 이에 유엔(UN) 유럽경제위원회의 자동차 국제표준위원회 주도로 국제표준시험법(WLTP)이 만들어졌으며, 우리나라 역시 이 제도를 2017년 9월(신규 차종)부터 적용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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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LTP의 배출가스 기준은 종전 NEDC와 동일하다. 그러나 가속,감속 패턴 등을 현실적으로 개선하고, 주행시험 시간을 20분에서 30분으로 늘렸으며, 엔진사용 영역을 확대 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져 기준 자체가 강화되는 효과를 낳았다. 최근 출시되는 디젤차에 SCR이 장착되는 이유(참조기사 : [아하! 자동차] SCR? 요소수? "잘 모르게쒀요")다.

여기에 함께 도입한 RDE(실도로주행조건,Real Driving Emissions) 측정 제도 역시 인증 시간에 영향을 미쳤다. RDE는 실제 도로에서의 주행을 통해 연비와 배출가스를 가늠하는 것으로, 비탈길과 통행량이 많은 도로, 한가한 도로, 고속도로 등 다양한 환경에서 측정이 진행된다. 그 결과, 유럽에서는 RDE로 자동차들이 6~18%내외의 증가된 유해물질 배출량을 보인 바가 있다.

그러다보니 최근 디젤차 인증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수입차 업체가 많다. 디젤 게이트와 미세먼지 등으로 인해 보다 낮은 디젤차 배출가스 기준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진 것에는 공감하지만, 인증 기간 자체가 길어 제품 전략 수정이 불가피 해서다. 반쪽차 출시도 빈번하다.

실제 2018년 국내 출시된 수입차 중에 디젤차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에너지공단에 신고된 내용을 살펴보면 수입 디젤차는 13개 차종으로, 폭스바겐의 티구안 올스페이스 2.0 TDI와 파사트 GT 2.0 TDI, 아테온 2.0 TDI, 아우디 A4 35 TDI, A6 50 TDI, 볼보 XC90 D5 AWD, XC60 D5 AWD, 레인지로버 이보크 2.0D, 메르세데스-벤츠 220d 등이다.

4월 16일 출시한 재규어 콤팩트 SUV E-페이스는 디젤 없이 가솔린으로만 라인업을 꾸몄고, 다음날인 17일 판매를 알린 짚 체로키 역시 디젤엔진은 출시가 뒤로 미뤄졌다. 당초 4월 국내 출시할 것으로 여겨졌던 BMW X2는 주력 디젤차 인증이 늦어져 6월로 일정을 조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디젤차 인증이 필요한 기간은 최소 수개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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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산차는 디젤차 출시가 활발하다. 수입차 업계가 피로감을 지적하는 배경이다. 같은 조건일텐데, 불균형이 심하다는 것이다. 2018년 국산차 업계가 내놓은 디젤차는 총 29종으로, 2월 22일 출시된 싼타페의 경우 구동방식, 탑승인원, 타이어 크기에 따라 11종의 디젤차 인증을 냈다. 3월 12일 출시를 알린 기아차 카니발 역시 탑승인원과 타이어 크기가 다른 5종의 디젤차 인증을 신고했다. 1월 29일 국내 판매를 시작한 제네시스 G80 2.2 디젤의 경우에는 3종, 1월 3일 등장한 쌍용차 코란도 투리스모 4종 등이 연비 신고를 했다. 국내 출시를 앞둔 한국GM의 쉐보레 에퀴녹스는 국내서 만들어지진 않지만 이미 2종의 디젤차가 연비 신고를 마쳤다.

이와 관련 국산차 관계자는 "국산차라고 해서 특별히 혜택을 받고 있다고 보진 않는다"며 "조건은 같고, 주어진 제도를 지키려고 하는 건 국산차나 수입차가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국산차의 경우에는 한 브랜드에서 동일 엔진을 차종, 탑승인원, 타이어 크기 등으로 나눠 측정하고 있고, 대상 차종이 다양하지는 않다"며 "대상 차종 숫자가 적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오래 걸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재용 자동차미래연구소 소장은 "디젤 선호가 줄고 있다고는 하지만 수입차 대부분의 주력 차종은 역시 디젤엔진"이라며 "워낙 많은 디젤차의 인증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인증 과정에 걸리는 시간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IT조선 박진우 기자 nichola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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