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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국민 절반 "포털도 언론"···네이버 '사회적 책임' 고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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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댓글 시스템 개편안을 내놨지만 단순히 댓글 작성, 공감·비공감 개수를 제한하고 작성 간격을 늘리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포털이 뉴스를 공급하면서 스스로 여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공론장이 됐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사회적 책임성을 고민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계속 뉴스 공급 시스템을 바꿔왔다. 2009년 도입된 언론사에서 뉴스 5~6개를 편집해 네이버 메인에 노출하는 뉴스캐스트 정책은 언론사들의 ‘클릭 전쟁’으로 자극적인 기사가 쏟아지는 문제를 낳았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이버는 2012년 언론사가 직접 메인 페이지를 편집하는 뉴스스탠드로 바꿨다. 네이버 정책 변화에 따라 언론사들은 메인 페이지를 네이버 시안대로 바꿔야 했다. 언론사 페이지를 직접 노출해준다는 명분이었지만 뉴스를 메인 화면에 배치해 전체 서비스로 들어오는 유인 매개체로 쓰고 네이버뉴스 페이지에서 ‘인링크’ 방식을 바꾼 적은 없다.

뉴스를 메인 화면에서 다루다보니 분란은 계속 일어났다. 그때마다 네이버는 자체 위원회를 꾸리는 식으로 ‘땜질 처방’을 내렸다. 2014년 네이버뉴스 편집자문위원회를 발족하고 2015년에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꾸렸지만 외부 위원을 몇명 위촉해 뉴스 서비스를 조금씩 바꾸는 이상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네이버에서 뉴스를 보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네이버는 스스로가 공론장이 됐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뉴스 청탁을 받고 뉴스 편집 조작을 한 사실이 밝혀져 창업자인 이해진 전 이사회 의장이 국정감사장에 나와 고개를 숙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번 개편안도 댓글조작을 막을 수 있는 기술적 조치에만 집중돼 네이버가 사회적 책임성을 고민하지 않는다는 비판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영주 제3언론연구소장은 “네이버의 규제 장치를 뛰어넘을 또 다른 기술, 댓글조작의 기술은 진화할 수 있는데 그럼 그때마다 네이버는 ‘기술 게임’을 할 생각인 건가”라며 “내부에서 댓글을 체크하고 감시하는 조직 구성 문제도 내지 않으면서 한두 가지 조치로 면피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하루 방문자는 3000여만명, 이 중 뉴스 분야 이용자는 1300여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언론재단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을 보면 디지털 뉴스 소비에서 조사 대상 36개국 중 한국은 언론사 홈페이지 의존도가 가장 낮고 플랫폼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로 나타났다. 디지털 뉴스를 소비할 때, 주로 언론사 홈페이지를 방문한다는 응답은 4%로 일본(16%)이나 프랑스(21%)보다 상당히 낮은 수치다. 언론사 홈페이지 의존도가 높은 핀란드는 64%, 노르웨이는 62%에 달하는 것과 상반된다. 한국언론재단의 <2017 언론 수용자 의식 조사>에서도 지난 1주일간 포털별 뉴스 점유율을 보면, 네이버가 66.3%로 가장 높았고, 다음이 22.5%였다. ‘포털을 언론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과반인 54.2%가 ‘언론이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포털 스스로 공론장이 된 상황에서 사회적 책임성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송경재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은 “포털은 뉴스를 마케팅 도구로만 골몰했고 정보 사회 문화를 만드는데 소홀했다”며 “악플을 줄이기 위해 네이버와 다음이 무슨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없고 자율규제에 무심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보인권연구소 이사인 이은우 변호사는 “포털이 뉴스를 메인 화면에서 다 소화하기 시작한 뒤 뉴스를 취급하는 관점이 속보 등 경마보도식으로 자극적으로 풀어져 나오고 뉴스 맥락을 들여다보기 어렵게 돼 있어 댓글의 영향력이 더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룡’이던 네이버가 공론장을 위협하는 기업이 되어버렸다. 스스로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위치를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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