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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제주공항 4·3 희생자 유해발굴서 신원확인까지 난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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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매장 추정지 정확도 결여, DNA 검사도 세월 거스르기엔 역부족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국제공항에서 4·3 희생자 유해 3차 발굴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흐른 데다가 공항 확장공사 과정에서 유해가 훼손됐을 가능성도 있는 등 유해발굴과 신원확인까지는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제주공항서 발굴된 4.3 희생자 유해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국제공항에서 발굴돼 공개된 4.3희생자 유해들이 3~4중으로 겹쳐져 있어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암매장 추정지 정확도 결여

25일 제주공항에 암매장된 4·3 희생자 유해를 찾기 위한 땅속탐사레이더(GPR·Ground Penetrating Radar)가 투입됐다.

GPR 탐사는 땅속에 묻힌 유골이나 문화재 등을 찾기 위해 간접적으로 지하를 조사하는 방법 중 가장 정밀한 탐사법으로 알려졌다.

고주파의 전자기파를 지하로 보내 유해와 땅속 주변 물질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신호의 전기적 차이를 분석해 유해를 찾는 방식이다.

그러나 조사방법 상 여러 가지 조건이 부합해야 하는데 현실적인 여러 가지 난관이 예상된다.

우선 유해가 묻힌 땅속 깊이가 가장 큰 문제가 된다.

과거 공항확장 공사를 하면서 추가로 흙을 덮는 복토작업이 이뤄지는 바람에 상당한 높이의 복토 층이 형성됐다.

복토 층이 얇으면 얇을수록 정확한 조사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데 한국공항공사 측이 조사 예정지역의 복토 층을 3∼5m 정도로 보고 있어 탐사 결과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또한, 공항 내 복토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자갈과 돌덩이들이 섞여 들어갔고, 당시 많은 유해가 훼손됐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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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서 이뤄지는 4·3 희생자 유해발굴 작업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25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서 제주4·3 희생자 유해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한원석 이학박사가 땅속탐사레이더(GPR·Ground Penetrating Radar)를 투입한 유해발굴 작업에 관해 설명하는 모습. 2018.4.25 bjc@yna.co.kr



자갈과 돌덩이 등의 전자기파 신호는 유골 신호와 비슷하므로 분석 과정에서 이를 구분하는 작업이 매우 까다로워진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5·18 행방불명자 암매장 추정지역 발굴조사 과정에서도 GPR 조사 때 이상 신호가 나타난 지점을 중심으로 2m가량 땅을 파보니 바윗덩이만 나온 적도 있었다.

무엇보다 '4·3 행방불명인 유해발굴 예정지 긴급 조사 용역'을 통해 암매장지로 추정되는 지역을 5곳으로 추렸지만, 정확도는 장담할 수 없다.

증언자들이 말한 과거 주소를 토대로 지적측량을 통해 복원한 현재의 위치는 공항 내 남북활주로 북단 서쪽 구역인 제주시 도두이동 2454번지와 도두일동 2046번지 일대다.

이외에는 모두 많은 증언자에 의한 교차증언이 아닌 단순기억으로 추정한 지역에 불과하다.

공항 내 모든 곳을 발굴할 수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만큼 실제로 유해를 발견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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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4·3 희생자 유해 찾을때까지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25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서 제주4·3 희생자 유해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땅속탐사레이더(GPR·Ground Penetrating Radar)를 투입해 암매장으로 생겨난 지형변화가 있는지 탐지하는 작업을 벌이는 모습. 2018.4.25 bjc@yna.co.kr



◇ DNA 검사로 모든 신원 밝혀질까

유해를 발굴하고도 신원확인까지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4·3 희생자 유해발굴 사업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제주시 화북동, 제주국제공항 등 8곳에서 이뤄져 총 400구의 유해가 발굴됐다.

이 중 신원이 확인된 시신은 92구에 불과한 실정이다.

나머지 308구는 70년이 다 되도록 가족 품으로 돌아가기는커녕 이름조차 찾지 못한 상태다.

오랜 기간 땅에 묻혀 있다가 발굴된 유해는 공기와 닿으며 산화, 훼손돼 DNA가 잘게 쪼개지는 등 시간이 흐를수록 확인이 어려워진다.

2010년까지 400구의 유해 중 121구의 유해에 대해서는 DNA 조사를 했지만, 나머지 279구에 대해서는 예산 지원이 중단돼 검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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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 4·3 유해발굴 예정지 표시도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 4·3 사건 당시 억울하게 집단 희생돼 제주공항에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행방불명인 유해발굴 예정지를 표시한 도면. 노란색 점이 조사 대상 암매장지다. 2017.12.27 khc@yna.co.kr



과거 기본적인 유전자 검사인 STR(short tandem repeat) 검사법에서 최근 도입된 SNP(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검사법으로 5∼6배가량 식별력을 높였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른 산화작용을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이다.

STR 검사가 유해 1구당 검사비용이 약 40만원인 반면, SNP 검사는 검사비용이 1구당 약 330만원에 달해 큰 비용이 드는 것도 부담이다.

제주4·3평화재단은 아직 이뤄지지 못한 279구 유해에 대해서도 SNP 검사법으로 신원확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장윤식 제주4·3평화재단 총무팀장은 "여러 가지 난관이 있어 최악에는 GPR 탐사와 시굴조사만으로 공항 내 발굴 사업은 종료될 수도 있으나 최선을 다하겠다"며 "유해가 드러난 상태에서 현장 발굴설명회를 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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