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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중·일·러에 선긋기..‘남·북·미 3자’로 북핵 담판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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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한반도 평화체제 로드맵.. 남·북·미로 구체화

중·일·러는 추인 창구로..협상 대상은 최소화 의지

북핵 주요 합의 이후 남·북·미·중 등 4자 회담으로 확대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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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종전선언은 남북만의 대화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남·북·미 3자 합의가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전한 말이다. 남북 간 종전선언 논의 전선을 미국까지 확대시킨 발언이지만 거꾸로 보면 일본의 역할은 축소시키는 의미로도 들린다. 6자 회담의 당사자였던 일본은 물론, 중국와 러시아도 일단 거리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연이어 한미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이 예고된 것처럼, 한반도 문제의 주체는 남북한과 더하여 미국이다. 정상 간의 회담이라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될 것을 감안하면 이해 당사자를 줄여 조속한 합의에 이르고자 하는 속내가 읽힌다.

◇이해 당사자 줄여..남·북·미가 비핵화 담판

한반도 문제를 풀어내려던 6자 회담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6차례나 진행되면서 일정 부분 결과물을 도출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실패했다. 북한에서는 “6자회담은 죽었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 단 한번도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

2018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새로운 틀이 논의된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한 뒤 남·북·미에서 이를 재확인한다. 납북자 문제가 가장 급한 일본이나, 주한미군 문제에서 견해가 다른 중국 등을 배제하고 비핵화라는 논의에 집중하기 위한 모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과거 6자회담에서 일본, 러시아 등은 북한 문제 논의에 지엽적인 의제를 많이 꺼냈다”고 했다.

물론 비핵화에 대한 결단을 내린 뒤에는 한반도 종전 선언을 담보하기 위해 중국의 추인이 필요하다. 한반도 땅에서 60년을 유효하게 자리잡은 정전 협정 대상자는 북한과 미국, 그리고 중국이었다. 우리 정부는 남·북·미에 중국을 포함해 4자가 한반도를 종전 상태로 이끄는 큰 그림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역시 이 점을 들어 종전 선언에서 중국의 참여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에 앞서 전제돼야 할 조건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남·북·미가 집중하는 의제다. 물론 국제사회 모두 북한의 비핵화를 바라고는 있지만 직접 당사자는 남·북·미일 수밖에 없다. 적어도 비핵화 문제에서만큼은 우선 남북과 미국이 주요 합의를 마쳐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北 역시 3자 구도 선호

북한 역시 남·북·미가 나서서 담판을 짓는 구도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0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남북미 3자 포럼’에 참석했던 조동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은 “북한의 구도는 과거처럼 6자회담, 중국의 중재에 의거해서 앞으로의 길을 모색하는 게 아니다”며 “한국 정부가 중간에 있고 미국과 관계 개선을 통한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북한의 새로운 길이 아닌가 (싶다)”고 북한의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이 바라는 평화 협정과 평화 체제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가장 시급한 일이다. 비핵화의 반대 급부로 북미 수교까지 성공한다면 동북아의 질서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재편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 등 과거 북·중·러 구도가 재현된다면 협상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을 공산이 크다.

물론 북한 역시 외교적 카드 확보 차원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외교 데뷔전으로 중국을 택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6자회담 복귀’ 가능성도 내비쳤다. 미국으로 하여금 ‘중국 리스크’를 염두에 두게 하는 효과다.

물론 비핵화 합의의 효력을 높이고 효율적으로 이행 과정을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6자회담의 부활도 필요하다. 북한이 추후 개혁개방 정책을 내세운다면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과의 경제협력 역시 이를 통해 가능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이나 일본 등지에서 제기되는 이른바 ‘패싱’ 우려를 사전에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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