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1 (금)

'더 넓은 핵 합의' 가능할까…트럼프vs마크롱vs이란 '동상이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마크롱 "기존 합의가 새 합의 받치는 기둥 역할 할 것"

트럼프 '파기' 언급 없이 "더 큰 딜 시도할 수 있을 것"

이란 'NPT 탈퇴 불사' 반발…로하니 "트럼프 법도 몰라"

중앙일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건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끔찍하고 미친 합의”(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서 “더 넓은 새 합의”(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로의 이행은 가능할까.

이행 2년 여 만에 재가 될 위기에 처한 ‘이란 핵 합의’가 일단 생명 연장의 불씨는 살렸다.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한 마크롱 대통령은 이란 핵 합의와 관련해 “기존 합의를 파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그간 염려를 모두 커버하는 새로운 내용을 담는” 합의를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기존 합의가 “새로운 합의를 받치는 네 개의 기둥 중 한 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경고해온 기존 핵 합의 파기가 없을 거라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이견 표명 없이 "두고 보자"고 말했다. 그는 새 합의가 ‘확고한 토대’ 위에 만들어져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더욱 큰 딜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새 합의는 예멘·시리아 등 중동 다른 지역까지 커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공동 성명 대신 회견에서 각자 발표하는 것으로 입장 표명을 대신했다.

중앙일보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정상회담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마뉴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옷깃에 붙은 작은 비듬을 떼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듬을 털어준 후 "마크롱을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제 그는 완벽하다"며 웃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타결된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 대해 “더 이상의 제재 유예는 없다”면서 오는 5월12일을 개정 ‘데드라인’으로 삼았다. 이때까지 그가 요구하는 독소조항들이 개선되지 않으면 탈퇴하겠다는 으름장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날 회견에서도 JCPOA를 “나쁜 협정” “재앙” “끔찍하고 미친 합의”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따라서 이제 관심은 마크롱이 마련하는 ‘더 넓은 합의’로 쏠린다. 일단 마크롱은 "2015년 이란 핵 합의가 충분하지 못했다"면서 트럼프의 입장을 반영하는 수정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탄도미사일 개발을 사찰하고, 10∼15년으로 한정된 이란 핵 프로그램 제한 기간을 폐지해 영구히 묶어야 하며 시리아·예멘·이라크 등에서 이란의 후원 활동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크롱은 ‘네 개의 기둥’을 언급하면서 이것의 목표가 “이란(의 역할)을 역내에 잡아두는 데 있다”고 말해 트럼프에 동조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문제는 이 같은 수정안을 이란 측이 받아들일 리가 없다는 점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마크롱의 수정·중재안과 관련해 "한 유럽 정부 지도자(마크롱 대통령)와 함께 그들(미국)은 7개국이 이뤄낸 합의를 결정하고 싶다고 한다"면서 "왜 그렇게 하는가. 무슨 권리로 그렇게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국영 방송을 통해 생중계된 연설에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복잡한 국제적 협약을 다룰 자질이 부족한 장사꾼이며 정치나 법을 모르는 자"라고 맹비난했다.

앞서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핵합의는 12년간 합의의 결과물"이라면서 자국에선 핵 합의 파기시 핵확산금지조역(NPT) 탈퇴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주장했다.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 중인 자리프 장관은 기존 핵 합의와 관련한 미국의 ‘이행 불성실’과 관련해 JCPOA 합동 위원회에 조만간 이의를 공식 제기할 예정이다. 기존 합의 서명국가인 P5+1(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독일) 중 중국과 러시아도 기존 합의에 대한 개정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앙일보

2015년 7월 이란과 주요 6개국 P5+1(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독일) 간에 체결된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10여 년 간 협상 끝에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타결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전면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마크롱이 장담하는 ‘새로운 합의’가 도출되기도 어려울 뿐더러 이를 트럼프가 지킬 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나타냈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패를 유보하는 트럼프가 실제로 ‘더 큰 딜’을 의도하고 있는 건지, 필요시 이란의 의무만 더 부과해가는 식을 원하는지 모호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날도 마크롱의 생각을 “좋은 아이디어”라고 하면서도 “내가 5월12일에 눈을 떠서 뭘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이란 핵 합의를 지키느냐 버리느냐는 트럼프와 회담을 저울질하는 북한 김정은에게 틀림없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트럼프식 외교의 즉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외신들은 27일 미국을 방문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마크롱의 뒤를 이어 위기에 처한 이란 핵 합의를 구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