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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쓰레기 안보시대' 절대권력 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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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쓰레기로 무역전쟁서 칼 휘두르는 중국…대비 안 된 美·유럽 '패닉']

머니투데이

중국 선전지역의 한 쓰레기 처리장 모습.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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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스스로 처리하지 못하면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쓰레기 안보' 시대가 도래했다. 전 세계 쓰레기의 절반 이상을 떠안았던 중국이 문을 걸어잠그고 이를 무기로 휘두르기 시작하면서다. 미국과 EU(유럽연합) 등 서방국은 무방비 상태로 취약점을 드러내며 '쓰레기 후진국' 신세로 전락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3월 중국의 고철 수입량은 전년 동월 대비 24.6% 감소했다. 폐지 수입은 54.2% 줄었고 폐플라스틱류는 수입 자체가 없었다. 지난달 중국의 전체 쓰레기 수입량은 200만t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2016년 중국이 수입한 쓰레기는 약 5000만t으로 전 세계 물량의 절반이 넘었다.

중국은 지난해 24개 품목의 고체 쓰레기 수입 중지에 이어 지난 18일 추가 32개 품목의 수입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올해 말과 내년 말에 거쳐 총 56개 품목의 쓰레기 수입을 금지한다. 중국에 쓰레기를 수출하던 나라들은 이를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안게 됐다.

중국이 발표한 수입 금지 품목은 낮은 수준의 규제인데도 벌써부터 미국과 유럽은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은 한해 배출하는 폐지의 70~80%, 고철의 30% 이상을 중국에 수출한다. 영국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대부분을 중국과 홍콩에 보낸다. 다른 유럽 국가들의 중국 의존도는 50%에 육박한다.

서방국가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건 이들이 쓰레기를 잘 버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쓰레기를 깨끗하게 세척해 잘 분류해서 버리다 보니 중국 업자들이 이들의 쓰레기를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서방국들은 중국이 알아서 쓰레기를 가져가니 자생 노력을 게을리하게 됐다. 중국이 수입하는 쓰레기 가운데 한국산 비중은 5% 남짓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우 화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인 매니저는 "그동안 서방국가들의 쓰레기에 대한 태도는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식의 안일한 태도였다"며 "이번 중국의 쓰레기 수입 금지 조치가 전 세계에 충격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미국 정부는 지난달 중국에 고철 수입 중단 결정을 철회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같은달 미국이 수입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사실상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선포하자, 중국은 지난 2일 미국산 알루미늄 고철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주요국들이 쓰레기 처리 계획을 속속 밝히고 있지만 중국발 충격파를 벗어나는 데엔 최소 수년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영국 등 일부 국가들은 자체적으로 쓰레기를 소각하거나 매립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부지와 시설을 마련하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니다.

EU는 올 초 1억유로를 투자해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생산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비닐봉투 사용량 줄이기, 친환경 플라스틱 원료 개발 등에도 광범위한 투자를 하겠다고 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슈퍼마켓 매장 일부를 '플라스틱 없는 코너'로 꾸민 곳도 등장했다.

기업들도 속속 100% 친환경 플라스틱 도입 청사진을 밝히고 있다. 펩시, 에비앙, 네슬레 등의 식품업체는 자연분해가 되는 용기를 선보였고 생활용품업체인 유니레버 또한 2025년까지 모든 포장재를 친환경 재료로 바꾸기로 했다. 미국 컴퓨터 회사 델은 지난해부터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해 노트북 포장지로 쓰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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