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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해설] 사진 업계가 인공지능 경계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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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엔비디아, 어도비시스템즈 등 IT 기술 및 기기 개발사가 '인공지능 기반 사진 보정 기술'을 속속 공개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면면을 보면 정말 영화 속에서는 일어나는 일이 현실화 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신기합니다. 몇가지 살펴볼까요?

◆ 사진 스스로 분석하고 구분하고…갖가지 인공지능 사진 기술 등장

구글이 공개한 '신경망 이미지 분석 기술'은 사진의 화소를 분석, 색이 같거나 인접한 화소를 일정 규모로 묶어 태그를 붙입니다. 살색이 많고 이목구비가 있는 화소 묶음에 '인물 얼굴' 태그를, 동그라미 두개와 직선 서너개로 이뤄진 안경 모양 화소 묶음에 '안경' 태그를 붙이는 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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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태그를 활용하면 사진 내 특정 피사체만 지우거나 흐리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인물만 선명하게, 배경은 흐리게 만드는 작업도 간단합니다. 특정 색만 남기고 모두 흑백으로 처리한다든지, 심지어 사진 내 특정 피사체를 다른 피사체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이 기술을 응용한 것이 구글 표준 스마트폰 픽셀2의 '인물사진(배경흐림)'입니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끼리 싸움(?)을 붙였습니다. 신경망 네트워크를 협력 혹은 경쟁시켜 시너지를 이끌겠다는 계획 하에서였지요. 인공지능 A가 가짜 이미지(예를 들면, 합성한 연예인 사진)의 데이터를 수집하면, 다른 인공지능 B가 이 데이터를 응용해 진짜에 가까운 가짜 이미지를 만듭니다.

그러면 A는 또 B가 만든 가짜 이미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B의 가짜 이미지 데이터가 반영된 A의 데이터를 응용해 B는 더 정확하고 흠 없는 가짜 이미지를 만듭니다. 이를 반복하면 얼마나 정확한 가짜 이미지가 만들어질까요?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만들 정도로 사실적인 이미지가 될 것입니다.

어도비시스템즈의 인공지능 사진 기술은 어떨까요? 사진 편집,수정 프로그램의 대명사답게 이들은 풍부한 색상 및 피사체 데이터를 가졌습니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사진 데이터도 갖췄지요. 이 데이터를 정밀 분석하고 인공지능의 힘을 빌어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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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많은 사진에서 데이터를 추출, 응용하는 딥러닝,인공지능 기술 '어도비 센세이'는 피사체와 배경을 스스로 판단해 분리합니다. 이후 사진 속 특정 장애물만 감쪽같이 지우거나, 배경에 가려진 피사체의 원형을 자동으로 재현합니다. 사진 속 인물 얼굴의 구도와 표정을 바꾸는 것도 가능합니다. 눈 감은 사진이나 얼굴 일부가 가려진 사진도 문제 없이 복구합니다.

이쯤 되면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이 신기한 기술들을 빨리 써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영화 속에서나 보던 기술을 체험할 수 있다니 놀랍지 않으신가요?

◆ 사진 업계 우려…"전통적 사진 가치 훼손되고 부작용 생길 것"

하지만, 사진 업계의 반응은 전혀 다릅니다. 업계는 이 기술로 인해 훼손될 사진의 가치, 그리고 촉발될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사진의 밝기와 색상을 예쁘게 바꿔주고, 잘못 찍힌 인물 사진의 표정까지 단숨에 수정해줍니다. 사진 속 장애물을 클릭 한번만으로 지워주고, 풍경 사진에 녹아든 것처럼 인물과 피사체를 자연스럽게 합성해줍니다.

'사람이 사진을 찍을 필요가 없다'는 식의 주장이 힘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로 수정해 버리면 그만이니까요. 사진을 찍기 위해 구도를 잡고, 노출을 신중히 조절하고, 피사체의 결정적 순간을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대충 사진 한장 찍고, 거기에 인공지능 기술을 더해 원하는 피사체를 넣고 그럴싸한 효과며 밝기를 넣어버리면 됩니다. 그 과정에서 전통과 시대와 문화를 기록한 값진 사진은 가치를 잃을 것이고, 수백년간 연마된 촬영 기술은 사라져버릴 것입니다.

이런 경우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지난 주말, 나는 분명 집에서 쉬고 있었는데 누군가 내 SNS에 등록된 얼굴 및 일상 사진을 악용해 엉뚱한 사진을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직접 가서 찍은 풍경 및 여행지 사진인데, '거기 가서 찍은 사진인지 합성인지 어떻게 믿냐'는 식의 덧글을 보는 것이 일반화 될 지도 모릅니다.

인공지능 기술 기반 사진 수정은 아직 꿈 같은 기술인데, 장점은 생각하지 않고 너무 비관적인 단점만 생각하는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 기술은 모두 2017~2018년 발표된 것입니다. 한발짝만 더 나아가면 현실이 될 기술입니다. 일부 기술은 이미 소비자용 제품에 반영되기도 했습니다.

기술 완성도가 높아지면 부작용은 금방 현실화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기술 개발을 무조건 막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기술은 죄가 없다고 하지만, 악용하면 죄가 됩니다. 개발사는 부작용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하는 것은 물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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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조선 차주경 기자 racingc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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