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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자체 브랜드로 소비자 사로잡다, 독일 반값 마트의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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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베를린·파리=김충령 기자




지난 20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 도심에 있는 수퍼마켓 체인 알디(ALDI). 매장 벽면에는 화려한 상품 광고 대신 가격 정보만 크게 적힌 안내 문구로 빼곡했다. 매장 면적은 1500㎡(약 450평)로 한국의 대형마트(평균 1만㎡)보다 작았지만, 신선식품·생활용품부터 간단한 의류와 노트북 등 전자제품까지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대신 품목당 판매 상품은 1~2종에 불과했다. 생활용품 코너에서 판매되는 기저귀는 단 2종, 칫솔은 1종의 상품뿐이었다. 하기스·오랄비 등 글로벌 브랜드가 아닌 독일 중소기업이 생산한 PB(자체 브랜드) 상품이다. 콜라(1.5L)는 우리 돈 390원, 맥주(500㎖) 770원, 기저귀(개당) 195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인근 대형마트 에데카(Edeka) 점포 제품의 50~60% 수준이다. 한국의 대형마트와 비교해도 2~3배 저렴한 수준이었다.

아마존, 알리바바 등 온라인 유통업체가 급성장하면서 전 세계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매출이 정체되거나 뒷걸음질치고 있다. 하지만 알디는 '소품종 초저가' 판매 전략을 내세워 독일은 물론 영국·미국·호주 등 주요 국가에서 연평균 10% 이상 성장을 하고 있다.

가성비 높은 1~2품목 내세운 독일 알디

하드디스카운트(Hard Discount) 업체로 불리는 알디가 다른 대형마트에 비해 절반 가격에 물건을 팔 수 있는 것은 PB 상품을 중심으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특히 품목별로 1~2개로 압축, 가성비 높은 제품만 판매하기 때문에 다양한 제품을 팔 때보다 재고 부담도 준다. 매장 근무 직원 수를 줄이는 대신 효율성을 높여 고정비 지출도 줄였다. 실제 방문한 알디 매장에는 7~8명의 직원만 근무했다. 한 직원이 재고를 확인한 후 대형 카트에 상품을 싣고 와 박스째 매대에 올리곤 박스 앞부분만 제거했다. 전면부만 뜯어내고 진열대에 올리면 바로 판매할 수 있어 별도의 진열 작업이 필요없는 RRP(Retail Ready Package) 포장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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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 1.5L 390원, 맥주 500㎖ 770원 - 지난 20일 독일 베를린의 한 하드디스카운트 매장에서 손님이 가공식품 매대에서 유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가성비를 내세운 독일의하 드디스카운트 업체 '알디', '리들'은 유럽은 물론 최근 미국 시장에서도 기존 대형마트들을 누르고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김충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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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프랑스 파리의 냉동식품 전문점 피카르. 판매 품목의 95% 이상이 냉동식품이다. /김충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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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판매 품목을 줄이면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줄기 때문에 외면받는다"며 알디를 비웃던 대형 유통업체들도 속속 알디의 전략을 따라가는 추세다. 지난달 영국 1위 유통업체 테스코도 결국 알디와 경쟁할 수 있는 초저가 PB 상품 개발에 착수했다. 시장조사업체 칸타에 따르면 지난해(5월 기준) 영국 시장에서 테스코·세인즈버리·아스다 등 3대 유통업체의 성장률은 0.9~1.8%에 그쳤지만, 알디는 19.8% 성장했다. 알디와 같은 독일계 하드 디스카운트업체 리들(Lidl) 역시 18.3% 성장했다.

냉동식품만 판매하는 프랑스 피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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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디가 온라인보다 싼 가격이라면, 프랑스 냉동식품 전문업체 피카르(Picard)는 온라인보다 다양한 상품 구성으로 승부한다. 지난 19일 프랑스 파리 도심에 있는 피카르 매장. 300㎡(약 90평) 매장에 60여 개의 냉장고만 있었다. 판매 품목의 95%가 냉동식품뿐이지만, 아이스크림·디저트류는 물론 각종 육류·수산물·과일부터 달팽이요리 같은 독특한 상품까지 1200여 종에 달하는 제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이 매장을 운영하는 셀리네 페레즈씨는 "1~2인 가구가 증가하며 간편하게 냉동식품을 즐기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프랑스 음식 중에 이곳에서 살 수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상품 구성을 했기 때문에 손님들이 다른 유통업체나 온라인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피카르는 최근 냉동식품 점유율 20%를 넘어서며 프랑스 시장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롯데슈퍼는 피카르의 콘셉트를 벤치마킹한 냉동식품 전문점 '롯데프리지아'를 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유통업체도 온라인의 파고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선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더 이상 기존의 사업 방식을 고수해서는 이익을 낼 수 없다"며 "PB 상품 구성을 강화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거나, 반대로 온라인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전문성을 높이는 등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를린·파리=김충령 기자(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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