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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TF초점] '비가 와도' 한국당이 '천막'에서 떠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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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지난 17일부터 국회 본청 앞에 천막을 치고 더불어민주당의 댓글 여론 조작 규탄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엔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진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와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서 특검을 촉구하는 모습.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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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후 투쟁 명분 약화 가능성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자유한국당이 국회의사당 본청 앞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대한 규탄 의도인데, 여기엔 또 다른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 정상회담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한국당은 지난 17일부터 국회 본청 앞에 '천막'을 쳤다. 의원들이 밤부터 새벽까지 교대로 자리를 지키고 매일 오전 비상 의원총회를 통해 목소리를 높이며 여권을 향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 일정은 전면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비가와도 그들의 투쟁은 계속됐다. 한국당은 지난 22일 천막 농성이 벌어지고 있는 국회 본관 앞에서 '민주당원 댓글공작 규탄 및 특검 촉구대회'를 갖고 "여론조작으로 (정권이) 출범했으면 정권 출범의 정당성은 없다"고 항의했다. 의원들은 우비를 쓴 채 행사에 임했다.

이 자리에서 홍준표 대표는 "댓글로 일어선 정권이 댓글로 곤혹스럽게 돼가고 있다"며 "이 시점에서 드루킹과 여론조작팀을 제대로 수사해서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만 이 정권의 실체를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댓글조작 사건은) 야당이 시작하거나 만들어낸 사건이 아니라 민주당이 시작하고, 민주당이 감당 못하는 사건"이라며 "그래서 '특검'이 필요한 사건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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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천막 농성장에 방문한 홍준표 대표. /자유한국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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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이 이토록 공세의 강도를 높이는 것은 여권으로부터 정국 주도권을 가져 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방선거와 개헌을 앞두고 여권의 영향력을 떨어뜨리겠단 뜻이다.

게다가 사실 더 큰 이유가 또 있다. 바로 '남북 정상회담'이다.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린다. 남북 정상회담은 개최만으로도 여권에 큰 지지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된다면 정국 주도권은 다시 여권이 가져간다.따라서 한국당으로선 천막 농성과 같은 고강도 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당 요구 사항의 핵심은 '댓글 조작 의혹'에 대한 특검을 실시하는 것이다. 특검이 실시되면 남북 정상회담 이후로도 여권에 대한 고삐를 조일 수 있다. 지난 23일 한국당은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과 함께 공동으로 특검법을 발의하고 국회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합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특검 요구를 받아들이면 천막도 철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당의 이러한 초강경 공세엔 '역풍' 가능성도 클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한국당이 이번 사태에 국회 일정까지 걸었다는 점은 자칫 부정적 여론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민주당은 야당의 특검 요구에 응할 수 없단 입장인데 아무리 공세를 펼쳐도 상황의 변화가 없으면 정상회담을 거치며 명분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이 종전을 선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지난 주말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시험발사 중단을 선언했다"며 "남북 종전이나 평화는 보수의 가치이기도 하다. 만약 남북 정상이 종전을 선언한다면 지금의 한국당이 얻을 것은 없는 것 아닌가. 지방선거에서도 북한을 겨냥한 안보프레임도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한국당은 명분도 실리도 다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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