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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개헌 약속’ 저버린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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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 ‘6월 개헌’ 무산

대통령안 논의 자체 막은 야당…6·13 국민투표까지 발목 잡아

문 대통령 “상식 밖, 매우 유감”…‘직무유기’ 한국당 등 비판 도마

6월 개헌이 최종 무산됐다. 지난 대선 때 모든 후보들이 개헌을 약속했고, 기본권과 지방분권 강화에 대한 여론의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절대 개헌저지선(의석수의 3분의 1)을 확보한 자유한국당이 반대한 데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여야의 대치가 심화되면서 개헌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1987년 이후 31년 만에 개헌이 이뤄질 호기가 날아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민투표법이 원래 기간 안에 결정되지 않아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실시가 무산되고 말았다”며 “이로써 이번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겠다고 국민께 다짐했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고, 국민께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6·13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 준비를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시한을 정한 국민투표법 개정안 처리 ‘데드라인’인 4월23일을 넘긴 지 10시간 만에 문 대통령이 ‘무산 선언’을 한 것이다.

그간 학계 등에선 대선 이후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를 헌법을 바꿀 기회로 인식해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이후 촛불정국에서 치러진 대선 과정에서 여야 모두 대선 공약으로 지방선거 때 동시 개헌을 내건 데다, 각종 조사에서도 개헌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았기 때문이다.

또 1987년 개헌 이후 지난 30여년 사이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확대됐고, ‘국민’을 주체로 한 기본권 조항은 외국인 200만명 시대에 뒤처졌다는 지적도 팽배했다. 성평등과 환경, 안전에 대한 관념도 많이 바뀌어 1987년 헌법은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졌다.

전국 기초단체장들은 지난 1월 말 국회 앞에서 개헌을 신속하게 진행하라며 릴레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야가 부딪치면서 6월 개헌은 무산됐다. 여권은 6월 개헌을 요구했지만 한국당은 10월 개헌을 주장했다. 개헌 핵심인 권력구조 문제를 놓고도 여권은 대통령 4년 중임제, 한국당 등 야당은 내각제에 준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했다. 드루킹 댓글조작을 둘러싼 여야 극한 대치는 사그러들던 개헌 논의에 찬물을 끼얹었다. 대선 때 6월 개헌을 내세웠던 정치권이 약속을 저버린 꼴이다. 특히 한국당은 대선 직전 ‘반문재인 구도’ 형성을 위한 대선 전 개헌까지 주장해 놓고, 국회 개헌논의 자체를 막았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헌안 찬반을 떠나 대통령 개헌안을 국회에서 논의하면서 국민들이 볼 수 있게 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의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이 개헌안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조차 막은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라면서 “특히 개헌안을 방해한 한국당은 심각한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제민·김한솔 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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