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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느릅나무 담당 회계사가 ‘경공모’ 회원…추가 댓글조작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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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세무서 압수수색…드루킹 자금 추적 급물살

경찰 “느릅나무는 사실상 경공모…강연 수입 등 회계 혼재”

자체 서버 ‘킹크랩’, 기존 매크로보다 우월…활용 사례 수사

법원, 드루킹 ‘증거인멸 지시 정황’…외부인 접견 등 금지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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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네이버 댓글조작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 김모씨(49)가 운영해온 느릅나무 출판사의 세무 업무를 담당한 회계법인과 세무서를 24일 압수수색하면서 이들의 자금 흐름에 대한 추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이 회계법인에서 느릅나무를 담당한 회계사가 김씨 등이 주도해 온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느릅나무 출판사의 회계장부와 세금신고 자료 등을 분석해 드루킹 김씨의 주 활동무대인 경공모의 자금 출처를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은 설립 이후 책을 단 한 권도 내지 않은 느릅나무가 명목상 출판사일 뿐 실제로는 경공모와 한 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느릅나무가 천연비누 쇼핑몰 ‘플로랄맘’을 통해 비누 등을 판매했지만 수익이 많지 않았고 경공모의 돈을 끌어다 쓰기도 했다는 것이다. 느릅나무에서 급여를 받고 상근으로 근무한 직원 8명도 경공모 관련 일을 함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경공모가 회원들을 상대로 열었던 강연의 수입 등이 출판사의 회계와 혼재됐을 개연성이 높고, 출판사의 회계 자료를 분석하면 경공모의 여론조작에 쓰인 자금줄과 배후 등을 추적할 수 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공모는 인터넷 카페이기 때문에 사업자가 없어 장부가 남아 있는 것은 느릅나무 출판사 쪽”이라며 “느릅나무는 사실상 경공모”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김씨 등은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기능을 수행하는 서버를 자체적으로 구축한 사실도 확인됐다. 김씨 등은 그간 경찰 조사에서 지난 1월15일 단체대화방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내려받았고, 이틀 후인 17일 이 프로그램을 ‘테스트’하기 위해 사용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서버는 기존에 알려진 일반적인 ‘매크로 프로그램’과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매크로와 마찬가지로 자동으로 댓글의 공감 수를 조작하는 기능을 실현할 수 있는 서버”라고 말했다.

김씨 등은 내부적으로 이 서버를 ‘킹크랩’이라는 암호명으로 불렀다. 앞서 경공모 핵심 회원들이 공유한 ‘모니터 요원 매뉴얼’이라는 문건에도 댓글 작업을 할 기사를 ‘게잡이 방’이라고 불리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올리라는 내용이 나오는데, 경찰은 이 ‘게잡이 방’이 ‘킹크랩’과 연관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킹크랩’이 기존의 매크로 프로그램보다 자동화 기능이 우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경찰은 이들이 지난 1월17일 범행에서 이 서버를 사용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 등이 서버를 활용해 추가로 여론조작을 벌였을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활용한 사례를 찾고 있다. 경찰은 언제 이 서버가 구축됐는지에 대해서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만 밝혔다.

이날 법원은 구속수감돼 있는 김씨에 대해 변호인을 제외한 외부인의 접견 및 서신 교류 금지 처분을 내렸다.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김씨가 서신 등을 통해 외부에 증거인멸을 지시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법원에 접견 금지를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한편 느릅나무 사무실이 있는 경기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파주출판단지)를 관리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은 또 다른 불법 입주 업체가 없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느릅나무는 산단공에 사업계약서를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파주출판단지에 입주할 수 있는데, 이를 거치지 않고 무단으로 입주해 고발된 상태다. 이번 조사는 지난 19일 문화체육관광부의 요청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다.

<선명수·김향미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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