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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생산직에 물리학·회계? 현대중공업, 산속 '황당 직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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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와 1시간 반 떨어진 곳에서

참가자들에 매일 명퇴 권유 문자 날아와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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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생산직 노동자들에게 물리학과 회계를 가르치고 2주마다 치르는 시험에 통과를 해야만 임금이 깎이지 않습니다. 회사 안에 버젓한 강의실을 두고 산 속의 임시 교육장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이 교육은 지난해 9월부터 '현대 중공업'이 실시하고 있는 '직무 교육'입니다. 회사에서는 직무 역량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교육 참가자들은 '노조 탄압'이라고 주장합니다.

배양진 기자입니다.



[기자]

이른 아침, 현대중공업 직원들을 태운 버스가 시내를 벗어나 산길을 달립니다.

한 시간 반 가량 걸려 도착한 곳은 산속에 마련된 임시 교육장입니다.

휴양 시설로 지어진 강의실에는 아이들 놀이기구가 방치돼 있습니다.

조리 시설과 식당도 없어 밥을 비닐에 받아 바닥에서 먹습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 117명이 3주째 이곳에서 직무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A씨/현대중공업 노동자 : (사내에) 교육장이라든가 이런 게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조해서 급조해가지고 교육장으로 만들었거든요.]

이들이 배우는 '생산기술 직무교육'라는 교재입니다.

물리학, 재무상태표 읽는 법, 재무비율 분석하는 법 등이 나옵니다.

대부분 생산직인 교육 대상자들은 업무와 관련이 없다고 말합니다.

기능올림픽에도 출전했던 한 노동자는 팀원 15명 중 유일하게 교육 대상자로 통보받았습니다.

[B씨/현대중공업 노동자 : 저희 팀에서는 혼자 파업 참여하고 그런 사람이 저밖에 없어서.]

실제 대상자 중 파업 참가자 비율은 90%에 이릅니다.

이들은 하루에 100장이 넘는 PPT 자료를 배우고, 2주에 한번씩 시험을 봐야 합니다.

시험에서 떨어지면 강제 휴업을 한 뒤 재교육을 받습니다.

교육 기간에는 수당이 나오지 않고, 휴업 기간에는 임금의 70%만 지급됩니다.

직무교육이 시작된 지난해 9월 이후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노동자는 200명이 넘습니다.

[박근태/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 : 명단이 내려와서 계속 당신 (교육) 나가시오 하면 누가 버틸 수 있겠어요.]

교육장 곳곳에는 희망퇴직 관련 공지가 붙어 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희망퇴직 권유 문자도 날아옵니다.

현대중공업은 이 교육으로 5억 원이 넘는 고용보험기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전문가들은 고용보험기금의 목적이 고용안정과 직업능력개발에 쓰여야 하는 돈이라고 지적합니다.

현대중공업은 "교육 과목은 개념적으로 이해할 경우 직무역량에 도움이 된다"며 노조 활동과 교육은 무관하다고 해명했습니다.

JT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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