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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드루킹과 무관한데도…” 유탄맞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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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릅나무 출판사 입주건물 소유주/“민주당원 오해… 보수단체 소란도”/ 산단공단, 출판단지 전수조사

필명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 일당의 댓글 조작사건 후폭풍이 일파만파 확산하면서 엉뚱한 곳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온갖 억측이 제기되면서 김씨와 아무 관계가 없는데도 피해를 보는 일이 적잖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건물주, “도운 적도, 잠적한 적도 없어…”

‘드루킹 본거지’로 알려진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가 입주한 건물을 소유한 이성훈 청솔출판사 대표는 최근 몰리는 취재진과 보수단체 회원 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994년 청솔출판사를 세운 뒤 줄곧 어린이 서적을 만들어 오는 등 출판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 대표였지만, 건물주라는 이유로 졸지에 댓글 공작의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정치권과 일부 언론은 그간 잠적한 적이 없는 그를 두고 ‘행방불명설’을 제기하는 등 의혹을 부채질했다.

24일 이 대표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드루킹이 어떤 사람인 지 사무실에서 어떤 일을 하는 지 알 방법도 없고 전혀 몰랐다”라며 “느릅나무와 무관한 다른 입주 업체들까지 덩달아 곤혹스러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에서 저를 더불어민주당원이라며 연루설을 제기하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세계일보

24일 오전,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경기도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열린 `김경수-드루킹 게이트 특검 및 국정감사 수용 촉구` 기자회견을 마치고 출판사를 살펴보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이날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의원 수십명이 이 건물 앞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어 취재진이 몰린 탓에 아침부터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해당 건물에는 ‘느릅나무’와 무관한 6개 업체가 입주해 있는데, 사건 이후 출퇴근 때마다 김씨가 운영한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 회원으로 의심받는 등 시달리다 못해 최근 2개 업체가 “사무실을 빼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우르르 몰려와 ‘김경수를 구속하라’, ‘문재인 퇴진하라’ 등 부착물을 붙이거나 소란을 피우기도 예사였다.

이 대표는 “느릅나무 측이 임대료 한푼 내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임의로 사무실을 비울 수 없어 유관기관에 퇴거조치를 문의할 예정”이라며 “건물이 초토화돼 여러 모로 힘든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세계일보

파주 간 한국당 의원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4일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앞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조작사건’ 특검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느릅나무 출판사는 댓글 조작 사건 피의자 김모(필명 드루킹)씨가 대표로 있는 곳이다. 허정호 선임기자


◆‘전수조사’ 출판단지도 유탄

파주출판단지도 ‘유탄’을 맞는 형국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단)은 전날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의뢰로 파주출판단지 일대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섰다. 지난해 비슷한 조사가 있었음에도 또다시 조사에 나선 것은 ‘드루킹 사건’ 때문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출판업계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조치란 불만이 나오고 있다. 업계의 지속적인 불황과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파주출판단지 내 업체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고육지책’으로 입주 업체를 폭넓게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은 산단공단 측도 충분히 알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내 한 업체 관계자는 “사실 사무실은 꼭 출판단지가 아니더라도 아무 곳에서나 빌릴 수 있는데 ‘불법입주를 색출하겠다’며 전수조사에 나선 것은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며 “어디까지가 ‘불법’인지 모호한 상황에서 영상이나 소프트웨어개발 등 출판사는 아니지만 입주해 있는 다른 업체들에 피해가 갈까 염려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여기 사람들 중 임대신고나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라며 “안 그래도 어려운 출판도시 상황이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파주=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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