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0 (금)

엘리엇의 '기습공격', 제안서 공식 사이트도 열어…현대차 주가는 1.88% 올라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기습 공격(salvo)’.

영국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23일 현대자동차그룹 경영진에 던진 제안서를 이렇게 표현했다.

한국 시각으로는 퇴근 무렵인 저녁 7시 20분. 엘리엇은 홍콩법인인 엘리엇 어드바이저 홍콩 명의로 제안서를 배포했다. 현대차그룹 이사진에게 보내는 서신도 담겼다.

중앙일보

엘리엇 매니지먼트 폴 싱어 회장.[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엘리엇의 요구는 분명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 유보 현금 축소와 자사주 소각, 배당 지급률의 인상 그리고 이사진 추가 선임이다. 제안 내용은 여러 가지지만 목적은 단 하나다. 지분 가치의 상승이다.

주식시장의 반응은 빨랐다. 엘리엇의 도발은 현대자동차 주가를 바로 끌어올렸다. 전날 15만9500원으로 마감했던 현대차 주가는 24일 오전 주식시장 개장과 동시에 급등했다.

오전 한때 16만5500원까지 치솟았다. 오후 들어 상승 폭이 줄긴 했지만 전일 대비 3000원(1.88%) 오른 16만2500원으로 마감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엘리엇의 제안에 대해 현대차 주요 3사(현대차ㆍ기아차ㆍ현대모비스) 주가는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엘리엇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대규모 주주 환원을 요구하고 있고, 현대모비스의 분할 합병 비율에 대한 반대를 표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아차 또한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가치가 현금화될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엘리엇은 폴 싱어 회장이 1977년 설립한 헤지펀드다. 주주 행동주의 투자를 표방한다. 단순히 기업 주식을 사서 보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조조정, 경영ㆍ이사진 교체, 배당 확대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선다.

지분 가치를 올리고 수익을 많이 내는 엘리엇은 현대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주식 10억 달러(약 1조500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엘리엇은 처음 보유 사실을 알렸을 땐 “회사와 주주를 포함한 이해 관계인을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면서 구체적 요구를 밝히지 않았다. 3주 만인 23일 돌발 카드를 제시했다.

중앙일보

엘리엇로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타깃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현금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조795억원 현금을 배당했다. 당기순이익 가운데 26.8%를 배당으로 주주에게 돌려줬다. 엘리엇은 이 비율을 40~50% 끌어올리라고 요구했다.

엘리엇이 노리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현금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엘리엇은 제안서에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각각 6조원, 총 12조원의 유보 현금을 자사주 소각 등 방식으로 주주에게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의 공세는 거침이 없다. 제안 내용을 담은 공식 사이트(www.acceleratehyundai.com)도 열었다. 43쪽 내용의 제안서를 현대차 주주를 비롯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했다.

주주총회(5월 29일) 앞둔 지지층 결집, 여론전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현대차 경영진과의 승부를 단기에 끝내진 않을 것이란 의미다.

중앙일보

현대자동차 사옥[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만 시장에선 현대차 경영진과 엘리엇 간의 소송이나 표 대결 같은 ‘극한 대치’ 가능성은 아직 작게 본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경영진 입장에서도) 원활한 지배 구조 변화를 위해선 엘리엇의 주주 친화적 제안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구조변화에 대해 기존 안을 유지하는 선에서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이사회 변화 같은 엘리엇의 제안에 어느 정도 수긍하는 차선으로 결정이 나는 쪽에 무게를 둔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엘리엇이 현대차의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불확실성 역시 커졌다. 삼성증권은 “지배 구조 개편 관련 불확실성 확대는 현대글로비스 투자 심리에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합병 시너지, 장기 신성장동력 확보 계획 등 엘리엇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보다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